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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으로 이성복 시인의 「기파랑을  기리는 노래」가 선정됐다. 강판권 교수의 『나무열전』에 실린 발문을 기초로 한 작품이다.  수상 소식을 듣고 계명대행을 서둘렀다. 시인은 현재 계명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러나 대구행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가 “서울로 오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시인은 전화로 “어머니를  돌보러간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온 ‘어머니’라는 단어는 익숙했다. 그것은 세상이  아는 보통명사로서의 어머니가 아닌 『남해금산』 『그 여름의 끝』의  그 어머니였다. 시 속의 그는 간절한 시어로 어머니를 부르곤 했다. 그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갑게 들렸다. 이성복은 서울과 대구 사이를 오가며 노모를 돌보는 성실한 아들이요, 장성한 세 자녀를 둔 아버지로 ‘지금’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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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은 모친의  자택이 있는 상일동에서 이루어졌다. 상가 2층에 위치한 작은 다방의 아침은 평화롭고 고요했다. 좁은 창틈을 타고 가끔 햇살이 들었다. 흐뭇한 눈길로 아버지를 바라보는 젊은 딸이 시인의 곁을 지켰다.


강판권, 나무 닮은 이를 위한 노래

김민영(이하 민)
현대문학상 수상소감을 접했을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육성으로 다시 한 번 듣고 싶습니다.

이성복(이하 이)
수상 소감에 쓴 것처럼 쑥스럽기만 해요. 나무에 주는 거름도 철이 있듯이 상이라는 것도 어떤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작가가 한창 열정이 치솟고 할 때는 격려도 필요하고 하지만 나는 이미 많이 늙었으니까. 정신적으로도 열정이 옛날만 못해요. 그런  의미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가는 상을 가로챈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지금까지 상을 세 개 정도 받았어요.

그런데 나는 수상이력을 잘 안 적어요. 훈장처럼  나열되는 게 보기 싫거든요. 바이올리니스트 오이스트라흐David Oistrakh의 연주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훈장 여러 개를 달고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예술가에게 상이라는 것이 저렇게  훈장의 성격이라면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겠나 싶었어요. 그래도 상을 받아 기쁜 것도 있지요. 아들 잘 되는 것을 보면 기뻐하시는 어머니가 계시니까. 올해 91세가 되셨어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어머니께 아들이 잘 됐다는 얘기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겠어요. 한 가지, 작품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이번 수상작 「기파랑을 기리는 노래」는 원래  시로 쓴 게 아니라는 거예요.

강판권 씨의 『나무열전』에 실은 발문이 기초가 됐죠.  <현대문학>에서 청탁이 왔길래 그 글을 괄호치고 다듬어서 쓴 게 「기파랑을 기리는 노래」에요.  그러니까 산문을 쓰다가 얻은 결과라고 할 수 있죠. 쉽게 말하자면 벽돌 찍어내는  방식으로 쓴 글이에요. (웃음) 스스로에게는 새로운 방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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