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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여는 책 | 글쓰기로 나를 찾다] 함께 글쓰고 읽으며 … 나를 치유한다

2017-09-22 10:30:58 게재


권용균 외 지음 / 숭례문학당 엮음/ 북바이북 / 1만4000원


# 누군가 나에게 글을 왜 쓰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글을 쓰면 외롭지 않아." 글은 모든 사물과 행위에 말을 건다. 그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응답해주며 종이 위에서 나를 춤추게 한다. 글은 용서도 가능하고 미움도 허용된다. 사랑도 우정도 함께 나눈다. 꼭꼭 숨어 있던 사유들이 밖으로 나와 춤을 춘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언어로 재탄생하는 순간 나는 자유롭고 홀가분하다. 토해낼 수 있는 나의 언어를 되찾을 때까지 고독한 글쓰기는 또 하나의 몸짓이다.

# 짧은 시간이라도 글을 쓰는 동안에는 행복하고 외롭지 않았다. 내가 만든 인물이 나를 위로했다. 다만 내 글을 마주할 용기가 더 필요했다. 글을 쓰는 것도 순수한 '노동'의 일부라며 많이 쓸수록 실력이 는다는 말을 들었을 무렵, '함께' 소설 쓰는 모임을 알게 됐다. 이른바 '작가 모임'이었다.

각자 써 온 창작 글을 읽으며 어색했던 첫 모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드라마 작가 경험이 있었던 리더 선생님은 우리 모임의 핵심은 '칭찬'이라고 했다. (중략)

나는 그들의 칭찬과 함께 내 글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퇴고를 해도 예전처럼 힘들지 않았다. 여러 번 퇴고하면서 더 나아지는 글들을 보며 외로움도 자연스레 치유되었다. 심지어 수준 낮은 내 글을 세심하게 읽어주는 사람이 있고 나아가 좋아해 준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우리는 아직 꿈꾸어도 된다고, 충분히 더 잘 쓸 수 있다고, 반드시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서로에게 용기를 주었다.

# 종이쪽지에 몇 글자 적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며 많이 울었다. 결혼 과정에서 어머니에게 받았던 상처들이 그 눈물에 씻겨 나가는 것 같았다. 그날 비로소 어머니와 진정한 화해를 했다.

겉으로는 어머니와 잘 지내고 있었고 어머니를 향한 미움도 사그라들었기에 이제는 글로 써도 괜찮을 줄 알았다. 모임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나는 단숨에 글을 써내려갔다. 쓰기 전에는 한참 고민하고 많이 망설였지만, 일단 쓰기 시작하니 속도가 붙었다.

다른 글을 쓸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덜 걸렸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러나 그날 내가 쓴 글을 낭독하며 나는 감정이 요동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낭독을 끝낸 후, 동료들의 위로와 공감, 칭찬이 이어졌다. 글솜씨나 문장력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었다. 어머니와 딸이라는 관계에서 가지게 되는 복잡다단한 감정, 연애와 결혼, 임신과 출산, 육아를 둘러싼 인류 보편적 정서, 나의 글과 비슷한 경험에 대한 고백. 그 모든 것이 그때의 나를 위로하고 내 글을 위로해주었다.

최근 블로그나 SNS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일상에서부터 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까지 다양한 주제를 글로 풀어낸다. 이들은 글을 쓰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풍요롭고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

새로 나온 책 '글쓰기로 나를 찾다'는 '함께 쓰기로 인생을 바꾼 사람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제목 그대로 작고 소소하지만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글을 쓰면서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들 24명이 직접 자신의 얘기를 썼다. 이들 중에는 글 자체가 하나의 동력이 돼 새로 진로를 설정한 이들도 있고 글을 통해 가족과 진심으로 화해하는 등 감정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던 이들도 있다. 이들은 모두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 함께 글을 썼거나 쓰면서 성장했다.

숭례문학당은 책을 읽기 좋아하는 몇 사람이 모여 시작한 독서토론 모임으로 지금은 독서토론뿐 아니라 글쓰기, 걷기 등 함께 하는 이들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한다. 글쓰기 모임의 경우 필사부터 요약, 서평, 칼럼, 100일 글쓰기 등 다채로운 모임이 있다. 작가로서 진로를 개척하기 위한 글쓰기 외에도 나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글쓰기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쓴 이 중 1명은 소위 '경력단절여성'이었다. 한 복지재단의 위촉연구원직에서 물러난 그는 도서관에서 내리 4년을 책을 읽으며 보낸다. 그리고 읽기가 지겨워진 어느 순간 '서평 쓰기' 강좌를 접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100일 동안 무엇이라도 쓰는 '포토 일기'를 작성했고 1년에 50권, 100권을 읽고 서평쓰기도 시작한다. 지금도 그는 지인들과 '3일 1서평'을 쓰고 있다. 말 그대로 3일마다 1편씩 서평을 써서 카톡으로 공유하는 것. 이를 통해 그는 몇몇 학교와 도서관에서 독서토론 등의 강좌를 진행하는 강사로도 거듭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는 '치유 글쓰기 모임'에 참석해 놀라운 경험을 한다.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반대로 상처받았던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당시 경험을 글로 쓰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낭독하다 끝내 울먹이고 만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상처는 이제 다 지워졌다고 믿으며 어머니와 잘 지내고 있다고 스스로 믿었던 그였기에 울먹임은 예상치 못했던 것.

힘들어하는 그를, 함께 글을 쓰는 이들은 따뜻한 위로와 공감으로 보듬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는 진정으로 어머니와 화해할 수 있었다. 감정의 앙금 없이 힘들었던 시간들을 담담하게 추억할 수 있게 된 것. 함께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일화다.

‘내일신문’ 기사 바로가기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5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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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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