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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글말

독서토론은 세렌디피티다

숭학당 2014.02.06 10:12

 

“독서에 있어서 문제는 독서능력이 아니라 방법이다. 내가 책읽기를 힘겨워하고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이유는 나의 독서능력 때문이 아니라 책을 제대로 선정하지 못한 때문이다. 문제는 '씨앗 도서'를 고르는 방법이다. 씨앗 도서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것만 찾아낼 수 있다면 독서는 주변에서 하지 말라고 말려도 하지 않을 수 없을, 한결 가슴 두근거리고 즐거운 '곳간 속 곶감 찾기'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독서는 즐거운 경험이기 보다는 억지로 하는 공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그 독서에다 ‘경영’을 갖다 붙이니 ‘독서경영’을 즐겁게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책과의 연애도 인연이 맞아야 한다. 각자 자기 상황과 자기가 하고 있는 고민에 맞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 그런 점에서 책은 반드시 자기가 직접 골라야 한다.

 

사실 독서경영이 책을 제품 매뉴얼처럼 읽히게 하거나, 제대로 읽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테스트를 하거나, 강제적으로 독후감을 쓰게 하고, 그걸 인사고과에까지 반영하는 건 독서의 가치와 역할에 역행하는 일이다. 말을 물가로 이끌 수는 있어도 물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듯이, 아무리 좋은 것도 하기 싫으면 소용이 없다.

 

대우조선해양 중공업사관학교에서 2년째 하고 있는 독서토론도 바로 이런 “우연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 때문이다. 입시 중심의 학교교육에 매몰돼 정작 자신의 호기심을 발현할 기회가 없었던,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들에게 다양한 독서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토론은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시간이다. 정답만 있는 것으로 배운 교육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황을 꿰뚫는 통찰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독서경영은 독서‘경영’이 아니라 ‘독서’경영이어야 한다. 또 하나의 경영기법이 아니라 문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경영 관리의 도구가 아니라, 조직 소통의 마당이 되어야 한다. 독서(讀書)가 독서(獨書) 되면, 독서(毒書) 된다. 독서는 이제 함께 읽기, 즉 공서(共書)가 되어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 독서토론이 있다.

 

함께 책을 읽으면 혼자 읽을 때보다 더 많은 질문과 대답을 경험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내 생각이 섞여 새로운 생각을 낳고, 또 타인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독서토론은 골방을 넘어 광장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공개와 공유, 협업의 시대, 함께 읽는 공독(共讀)이 답이다.

 

 

직장 내 모임보다 다른 업종 회사와의 모임으로

 

최근 구로에 있는 근로자복지센터에서 연령이나 직장이 모두 다른 10여명과 함께 독서토론을 진행했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 <고령화가족>, <프레임>, <몸과 인문학> 등을 주제도서로 해서 매주 진행했는데,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회사 내에서 할 때보다 더 재밌고 자유로운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회사 내 독서모임보다 인근에 있는 분야가 다른 회사 사람들과의 독서모임이 더 신선하고 재밌는 건 당연지사. 융합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주로 경제경영 서적, 자기계발 서적만 읽던 한 참석자는 왜 답도 없고, 결론도 없는 인문학 서적, 특히 소설을 읽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다 과정을 마친 후 가장 좋았던 건 명쾌한 답이 아니라 모호한 그 느낌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그 모호함을 견디는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수십 권의 자기계발 도서를 읽어도 읽을 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지나고 보면 변화의 추동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늘 제자리인 것 같았는데, 독서토론을 하면서 혼자서 하는 고민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없는 정답을 찾아 헤매다 보니 생긴 병통인지도 모른다.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다양한 빛깔의 삶과 경험, 생각과 시선을 통해 겸손해지고 또 사고의 전환을 가져온다.

 

한가한 사람들이나 본다고 생각한 문학, 필요 없을 것 같은 역사와 철학, 예술 분야 책에서 예기치 않은 영감과 깨달음, 즉 세렌디피디(serendipity)를 발견한다. 창의성은 재미있게 놀다가 불현듯 찾아온다. 나태와 여유로움은 다른 개념이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자세. 그걸 습관화 할 수 있는 게 바로 삶이자, 공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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