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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1년에 한번씩 할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이사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2년에 한번 정도 하고 싶지만, 이사 비용에다 가구며 이런 걸 바꾸자면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찮으니 이사를 자주 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래서, 이사를 가지 않고도 이사한 효과를 내는 방법은 집안의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공간 활용 측면에서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 놓은 거라 가구를 재배치할 경우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이럴 때는 과감히 무얼 하나 버리는 게 방법이다. 게임도 있지 않은가. 박스를 밀어내고 탈출하는 게임이었던가. 박스가 하나만 없으면 미션을 수행할 텐데 매번 그 하나 때문에 미션 달성에 실패하는 경우 말이다.

버리지 않고 무얼 채울 수는 없는 법인데, 살림살이란 게 매일매일 무언가 자꾸만 채워지기만  한다. 간소하게 사는 게 제일이긴 하다. 간소한 걸 좋아하고, 디자인도 심플한 걸 좋아하다 보니 주변에서 스님 같다거나 신부 같다고 하긴 한다.^^ 채소나물 위주의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딱 스님 체질이란다. 아무튼 집안 가재도구도 최소한으로 하려고 한다. 그런데, 살다 보면 하나씩 둘씩 자꾸만 쌓이기만 하는 물건들. 가지고 있는 물건을 버리기도 쉽잖다. 옷이든 뭐든 자꾸 버린다는 것도 자원 낭비이고 환경 오염에다 파괴이니 그것도 쉽잖다.    

설 연휴, 삶의 재설계를 위해 집안 배치를 바꾸면서 심기일전, 새로운 마음을 다잡기로 했다. 공간의 재배치는 일과 삶을 재설계하는 일이니까. 소파를 과감히 버리고 나니 거실이 아주 넓어졌다. 이 곳에는 북카페처럼 식탁으로 쓰던 테이블을 옮겨서 작업공간로 꾸몄다. 데스크탑이 필요한 업무는 서재에서 하고, 이 곳은 아이패드나 아이폰으로 할 수 있는 업무나, 구상, 그리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곳으로 해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도록 했다. 휴식이 필요할 때에는 영화를 보거나, 도올의 중용 강의나, 교양 다큐를 보는 곳으로도 쓰고. 테이블에 앉으니 소파에서처럼 늘어지지 않게 된다. 적당한 불편함과 경직이 정신과 몸을 깨운다.

러그 대신 매트를 깔아놓으니 언제든지 요가를 할 수 있다. 빌 게이츠에게 생각 주간이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 생각 공간이 더 필요한 지도 모른다. 생각 공간은 카페 순례를 하는 것도 좋지만, 집이나 작업실 공간이면 더 좋다. 누군가에게 방해받으면 집중하기 쉽지 않은 성향 탓도 있지만, 카페에서 할 일이 있고 혼자서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으니까. 그리고, 사무실은 아무래도 일상적인 업무를 해야 하는 공간이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생각 공간으로는 가장 오래도록 머무는 곳, 가장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곳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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