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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교육이 하지 않는, 할 수 없는 역사 이야기를 제도 교육 밖에서 대중과 나누려 한다. 읽는 자와 쓰는 자가 직접 만나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단순 암기가 아닌 참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이 서로 쟁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고민하지 않는 사회, 사유하지 않는 사회에 미래가 없다. 대학 입시에만 목매는 중,고등학생, 스펙 쌓기에만 열을 올리는 대학생, 연봉 올리기에만 매달리는 직장인들에게 고민의 힘, 사유의 힘을 알려주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주변 사람들의 생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푸른역사아카데미 김은희 기획실장의 말이다. 5월 5일자 <기획회의> 특집 '거리로 나온 인문학' '제도 밖에서 역사의 미래를 찾다'라는 기고에서다.

권두언 격인 '대학의 몰락과 대학 밖의 대학'이라는 주제로 대안연구공동체 김종락의 글도 인상적이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기업 경쟁력 강화에 유용하다며 이른바 'CEO를 위한 인문학'이란 간판을 내건 일부 대학이나 연구소,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진행한 인문학 강좌도 사정은 비슷하다. 돈 안 되는 인문학에 당의정을 입혀 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발했으나 가뜩이나 취약한 인문학의 기반만 뒤흔든 셈이 된 것이다. 치열한 사유와 토론을 핵으로 하는 인문학이 호화 강의실이나 호텔 식당에서 조찬 겸 진행하는 인맥 쌓기, 골프 약속 강좌에서 가능할 리 없다."

 

 

서보명 교수의 <대학의 몰락>이란 책의 마지막 구절을 소개하고 있는데, 과연 경영과 인문학의 만남은 돈과 인문학처럼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대상을 억지로 갖다붙이는 조합일까.

"이 시대 대학의 위기는 (자본과 시장과 경쟁이라는 이 시대 대학의 우상으로부터) 그 거리를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이 시대에 대학의 이상을 지켜나갈 대학이 있다면 그것은 대학 밖의 대학일지도 모른다. 배움들 통해 삶을 돌아보고, 시대를 직시하고 정의를 외치는 사람이 있는 곳, 그 곳은 자본의 시장이 아닌 소크라테스의 '아고라'일 것이며, '큰 배움'으로서의 대학이 존재하는 곳이리라."

문학과지성사에서 운영하는 문지문화원 <사이>도 주목할 만하다. 문학과 예술, 인문사회과학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데, 2007년 2월에 문을 연 곳이다. 아카데미, 세미나, 프로젝트, 심포지엄, 이벤트, 전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 문화의 기반을 다지는 게 목표다. 사이의 설립 배경을 보자.

"문자 언어, 즉 책의 기능을 더욱 활성화하고 보완하기 위해 사이를 세웠습니다. 언어적인 실천은 발신자로부터 출발하여 수신자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완성이 됩니다. 모든 언어는 지금까지 책을 통해 그러한 실천 기능을 수행해왔습니다. 시나 소설, 인문학 작품은 독자가 읽는 순간 곧 행동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책은 컴퓨터와 이동통신, 각종 영상 매체에게 독자를 빼앗겨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문지문화원 사이는 발화자와 수화자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며 언어적 실천을 이룰 수 있는 광장의 공간, 문학과 인문학의 언어가 행동이 되고 현실이 될 수 있는 잠재적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rws인스티튜트, 상상공방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이들 단체들이 대안 대학, 인문학의 대중화를 기치로 내건다면, 우리는 인문학과 자기계발 센터의 중간쯤이 아닐까 한다. 인문학이 좌고, 자기계발 센터가 우라면 좌쪽으로 더 쏠린 어디쯤이겠다. 우에서 좌로 갈 수 있도록, 즉 인문학으로 가도록 하는 가교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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