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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가로동물

숭학당 2010. 6. 6. 10:45


남자는 가로동물

              

글통자_인문학 2기 신은주


     남성과 여성, 신체적 외모만 다른 것이 아니라, 사고구조나 가치체계 행동양태도 다르다.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남성이 여성을 아는 것, 또는 여성이 남성을 아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사로운 일로 일상에서 부딪히게 될 때마다, 여론은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라는 나름 방법론적인 이론으로 갈등해소법을 내세운다. 하지만 현실적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요 근래 ‘남녀생활탐구시리즈’ 라는 프로가 방영되면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이유도 리얼리티에 더 가깝다고 공감하기 때문이 아닌가.

     남성과 여성을 구분지어 놓은 컨텐츠는 다양하다. 예를 들자면 여자의 수다가 싫으면 장가가기를 포기해야 한다. 남자는 결과를 중요시하고, 여자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여성은 종합적인 동물이고, 남자는 단순한 동물이다. 등등……. 어차피 견해라는 건, 자기가 겪은 경험을 토대로 맞장구치게 된다. 


     나에게도 그러한 몇 가지가 있다. 여자들은 현재와 가까운 미래, 즉 자신·자기 가족·자식 등 좁은 범위의 것들에게 사랑을 쏟는데 비해, 남자는 세계·역사·사회 등에 관심이 많다는 것. 이러한 현상을 정리해보면, 여자는 세로의 동물이고 남자는 가로의 동물이라는 것이다. 남자는 세상만사 두루두루 다양한 것에 집중하는 반면, 여자는 현실적인 것에서 하나를 깊게 그리고 오래 집착한다고 한다. 여성의 관심사 90% 이상이 자신과 남편·애인·자녀인 것도 이러한 논리다.

     나는 결혼 14년차인 한 남자의 아내다. 그 동안 수없이 다투고 고통스러워하면서 끝까지 싸움의 끝을 고집하게 되는 무기는 ‘모든 것이 당신 때문이다’라고 외치는 것이다. 탄식하는 것도 모자라 내 삶도 포기하고 희생이라고 갖다붙이게 되는 감정이 들 때는, 정말이지 섭섭함을 넘어 분한 마음을 삭일수 없다. 하지만 더 이해하지 못하는 건, 긴장하지 않는 남편 때문이다. 가로동물이기 때문일까?


     남편은 가정보다 직장·지역사회의 활동에 관심이 많다. 해병대를 나온 이유도 있겠지만, 구리시 지역발전을 위한 봉사정신은 거의 정치인에 가깝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퇴근 후 구리시민을 위한 방범 활동을 한다. 노숙자를 기관으로 돌려보내거나,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집으로 귀가 시키는 일, 길에서 싸움하는 이들을 말리는 일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다른 이들은 계절에 맞는 레포츠를 즐긴다 하지만, 그는 구리시 한강유역의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스킨스쿠버를 하고, 남들은 건강을 위해 사이클을 즐긴다고 하지만 그는 산속인명구조를 위해 산악자전거를 탄다. 전국에 일어나는 모든 재난을 그냥 간과하지 않는 것은 또 무엇으로 설명하랴. 남들은 뉴스를 통해 전해 듣는 재난소식에 안타까워하지만, 나는 ‘돌아오는 주말엔 또 거기 가겠구나’하는 생각에 우울하다.

     자신이 최고로 가치 있게 생각하는 활동을 다녀오고서야 행복함을 아는 남편과,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다르다. 그에겐 가족의 행복은 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풀리지 않는 숙제다. 나에게 남편은 한 사람이고, 아이에게 아빠도 단 한 사람뿐이다. 남편 컴퓨터 폴더 안에 있는 수많은 사진 속  사람들은 늘 내가 보지 못한 사람들뿐이다. 눈사태로 쓰러져 있는 비닐하우스를 복원하는 일로 회사에 월차휴가를 내는 일은 있어도, 가족 여행을 위해 휴가 내는 일은 없다. 연휴로 남들은 가족이 함께 무엇을 할 지 계획하지만, 기동성이 없다는 이유로 나는 그만 포기한다.

     학교동창은 물론이거니와 회사 동료·입사 동기·봉사단체 모임·군대 동기 등 파도 밀려오듯 끊이지 않고 만남을 동요하는 그들에게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 때문에 많이 싸우기도 했다. 하지만 싸움의 끝은 항상 남편을 이해하지 못 하는 지혜롭지 못한 아내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으니 분하고 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위 사람들에게 ‘내 얘기 좀 들어보소’ 하소연이라도 시작했다가는 ‘나중에 복 많이 받겠다’라는 일관된 말로 메아리되어 돌아오지만, 좀처럼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남편이 아닌 남자로 바라본다면 과연 그런 모습이 좋을까 싶어, 가끔 결혼 전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라 어렴풋하지만, 분명 그때도 친구? 동료 등 나 하나가 아닌 여럿을 더 좋아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사랑이라는 마술에 걸려 풀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나 보다. 다만 또 그 같은 마술의 주문이 재생될 수 있을지 기대나 한번 해 볼까? 앞으로 동거동락할 세월이 많으니 말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를 분류하면 결국은 남자와 여자이다. 가장 기초가 되는 사회성은 가정에서 이루어진다고 믿는 나는 번번이 가정을 소홀히 하는 남편의 일상에 아직도 포기가 되지 않는다. 섭섭함이 쌓일 때마다 그저 위로되는 말, ‘남자는 가로동물이래~’ 그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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