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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임진왜란 직전인 1592년. 조정은 동인(東人), 서인(西人)의 다툼으로 조용할 날이 없다. 조정이 제자리를 맴돌자 왜와 맞설 ‘대동계’라는 조직이 꾸려진다. 그러나, 조정은 역모를 꾀했다는 이유로 대동계의 수장 정여립을 처단한다. 이에 대동계의 일원 이몽학(차승원)이 “나라를 구하겠다”며 반란을 일으킨다. 이몽학의 칼에 세도가 한신균 일가가 몰살되고 무고한 이들이 죽어가자, 맹인 검객 황정학(황정민)이 그를 쫓기 시작하는데...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플롯은 단선적이다. “왕이 되겠다”는 야심에 부푼 이몽학과 그를 저지하려는 황정학의 대결이 이야기의 전부다. 여기에 아버지를 죽인 이몽학을 쫓는 견자(백성현)가 투입되긴 하나 주된 역할을 하진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갈등구조다. 영화는 반란군 이몽학의 카리스마만 조명할 뿐 ‘동기’에 대해선 함구한다. 황정학이 이몽학을 쫓는 이유 역시 흐릿하다. 넘쳐나는 볼거리에 몰입할 수 없는 까닭이다.

밋밋한 시나리오는 과도한 조연의 등장, 시선 분산으로 더욱 산만해진다. 원작 만화(박흥룡)의 주연이었던 견자는 배우의 출중한 연기가 아니었더라면 생략하고 싶을 만큼 군더더기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몽학의 연인 기생 백지(한지예)의 순애보는 극의 흐름을 수시로 깨뜨린다. 영화는 이몽학이 백지를 외면하는 이유 또한 침묵한다. 그 결과, 관객은 둘의 관계에 동조하지 못한다.



배우들의 연기 하모니, 스타일리시한 카메라웍(정정훈 촬영감독)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고른 호흡을 보이지 못한다. 이몽학을 ‘슈퍼히어로’로 만들겠다는 감독의 과욕이 아쉽다. 백색 도포자락 보단 진정성 있는 사연을 더하는 게 나을 뻔했다.


- 김민영 (bookworm@r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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