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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아우라에 눌려 내가 들어가지 못할 깊이가 있을 거라 착각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삶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럼 그 철학은 버리면 그만입니다.”

철학자 강신주의 말이다. <철학 vs 철학>, <상처받지 않을 권리>, <철학, 삶을 만나다>,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등의 대중적 저서를 꾸준히 펴낸 그가 강남 논현문화정보마당에서 열린 철학콘서트 현장에서 ‘철학은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란 질문에 대해 답했다.

“철학은 집중도를 가진 인문학의 한 장르입니다. 아주 느리게 읽어야 하죠.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집중하지 못한 것입니다. 자기 영혼에 맞는 철학자를 찾으세요. 그리고 후퇴하지 말고 올라가세요. 애정만 있으면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연이어 쏟아진 거침없는 입담.

“철학은 인문학의 수학입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하나만 파고 들어가세요. 그 사람의 눈높이에 이르고 그 사람처럼 개념을 쓸 수 있다면, 나머지는 쉬워집니다. 이렇게 3~4명 정도만 이해하면 웬만한 책들 다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이 힘들지 나중에는 편해집니다.”

그의 명쾌한 말처럼 글도 어렵지 않다. 스토리텔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실제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했다.

제대로 된 철학 책 한 권이 100권의 소설 책보다 낫다”고 했던 한 때의 치기는 어느새 겸손함으로 변했다. 대중적인 글쓰기를 두고 주변에서는 명민했던 네가 왜 이렇게 헐거운 글을 쓰느냐”는 질책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철학자들끼리만 통하는 고상한 관념잔치에서 탈피했다. 자기 안에 내재된 문학성을 발견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어차피 철학이란 일반 대중들의 삶과 떨어진 별세계가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중들에 더 다가서길 원했다.

문학과 철학의 차이에 대해 “소설이 바다 속에 들어가 체험해 보는 것이라면, 철학은 나만의 그물을 만들어 바다에 집어던져 바다 속을 짐작하는 것”이라는 그는 내가 그물코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바다 속 세계는 달라진다고 풀이했다. 문학이 가슴으로 다가가는 세계라면, 철학은 머리로 다가가는 세계이겠다.



“타자를 전제로 글을 씁니다. 가상의 독자가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이면 나한테는 1줄이었던 게 2장으로 늘어납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와 비슷한 느낌으로 음미할 수 있도록 전달하려 노력해요. 독자와 만나고 대학 강단에 서려고 하는 것도 소통을 통해 계속 피드백을 받으려 하는 이유죠.”

이번 콘서트의 주제 도서인 <상처받지 않을 권리>에는 철학자뿐만 아니라 이상, 유하 같은 시인도 등장한다. 그들의 작품을 물고 들어와 자본주의의 욕망에 상처 받은 우리의 현실을 풀어내는 저자의 글쓰기는 노련하다.

“철학자의 강의를 들을 때는 지적으로 동요가 됩니다. 그러나 거기서 나가면 끝이에요. 삶으로 이어지질 않아요. ‘왜 이럴까’ 고민을 하다가 ‘아, 내가 사람들을 정서적으로 동요를 못 시켰구나’ 알게 됐어요. 그래서 문학이라는 장르를 선택했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덧붙여 그는 ‘철학이 우리 삶의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부분을 포착해 내려면 시인의 감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학콘서트는 <상처받지 않을 권리>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음악으로 이어졌다. 뮤지션 제클린은 ‘악의 꽃’이란 노래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 속에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의 비애와 아이러니를 연주와 노래로 표현했다. 저자는 ‘너무 훌륭한 곡’이었다며, ‘노래가 내가 이야기하기 더 편하게 만들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란 마지막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권리는 지켜지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 경제문제로 자살하는 사람이 하루에 30명이에요. 모든 체제나 사회는 인간의 행복에 이바지하고 후손에게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손자는 돈을 못 벌수도 있고 학점이 나쁠 수도 있어요. 근데 그 아이가 자살을 한다면 굉장히 슬픈 일이겠죠. 이 책은 대안을 주기 보다는 우리가 애써 가리는 상처를 폭로하는 책입니다. 내가 어떻게 하고 싶다는 대안은 있어요. 그러나 내 역할은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거기까지입니다.”



저자가 던진 공은 그 자리에 참석한, 또 책을 읽은 독자 모두에게 넘어왔다. 우리가 그의 얘기에 공감한다면, 상처받지 않는 삶을 위한 대답은 혼자만의 고뇌가 아닌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할 역할이다.

오늘 멋진 목소리로 낭독을 해준 위동록 씨는 ‘저자와의 만남이 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책을 읽은 것만큼 철학에 대한 길잡이가 될 메시지를 받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자리에 꼭 참석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강남구가 주최하고,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주)행복한상상이 주관한 <철학콘서트>. 다음 콘서트는 5월 25일(화) 오후 7시에 <고령화 가족>의 천명관 작가를 모시고 다시 <문학콘서트>로 진행된다. 장소는 논현문화정보마당.

글 / 사진 - 최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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