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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영 전문지 <포브스>가 각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지난 20년 동안 출판된 경영서적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을 조사, 발표했다. 그 결과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맨의 공저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 1위를 차지했다.

이 책은 톰 피터스의 처녀작이자 그를 경영학의 구루(Guru. 영적 스승)의 반열에 올려놓은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합리주의적인 분석과 하드웨어에만 빠져 있던 기업들에게 일침을 가하면서 자유, 열정, 실행력, 창조성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것들이 지닌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표제 『초난감 기업의 조건』은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란 책의 패러디다. 원제는 『어리석음에 대한 탐구(In Search of Stupidity)』이다. 그런데, 왜 번역서는 ‘초난감 기업’이란 조롱섞인 표현을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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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쇠락한 노벨, IBM, 넷스케이프는 물론 ‘아직까지’ 건재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모토롤라, 구글의 ‘헛발질’에 대해서도 유쾌하게 비꼬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성공 사례를 분석해 그 교훈을 배우는 것보다 실패한 사례를 분석해 그들처럼 하지 않는 것이 더 가슴깊이 다가오기 마련. 성공학은 넘쳐나지만, 실패학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이 책을 주목하게 만든다.

저자 릭 채프먼은 30년 넘게 프로그래머, 세일즈맨, 현장 세일즈 엔지니어, 마케터로 첨단 기술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일해왔다.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즈니스 쟁점에 초점을 맞춘 격주간지 <소프트레터>의 편집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리 출판계 최대의 마케팅 세일즈 포인트인 ‘부자’와 ‘성공’ 코드이다. 하지만 부동산, 주식 투자의 고수로부터 듣는 성공법칙 이야기로 가장 크게 성공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저자의 지침과 비법을 제대로 실천한 사람? 아니다. 바로 그 책을 쓴 사람이다. 물론 우스개소리로 하는 말이다. 무슨 뜻일까? 성공법칙이 이미 책으로 나올 정도면 이미 성공법칙이나, 비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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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성공한 기업의 성공요인을 찾는 것은 아주 의미있는 일이지만, 자칫 결과론적인 ‘끼워 맞추기식’ 성공 비결인 경우도 흔하다.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라는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IMF 이후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기업들에게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경영기법을 실어 나르는 컨설팅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도 했다. 마치 컨설팅을 받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출판시장에서 유난히 성공 관련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많은 베스트셀러가 성공하기 위한 조언과 비즈니스 방법에 대해 전형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충고들을 철저하게 따르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에서 제시하고 있는 지침들, 모순을 관리하라, 철저하게 실행하라, 고객에게 밀착하라, 핵심 사업에 집중하라, 조직을 단순화하라 등은 별반 색다른 지침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지침들에 내포된 진짜 위험은 일반적인 원칙을 특수한 비즈니스 상황과 문제에 적용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진다. ‘이론’ 서적을 집필한 저자들은 특수한 현실을 자신들의 원대한 프레임워크에 끼워 맞추려다가 결국은 모순되는 충고를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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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있다. 비즈니스에 실제로 몸담은 경험이 전무한 저자가 집필한 『성공 기업의 딜레마』는 실제로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명한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파산하기 전 엔론을 격찬했다. 불행하게도 맥킨지는 자신의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비즈니스 계약과 프로젝트를 급조한 후 유령회사를 통해 손실을 교묘히 숨기는 재주를 부리다 주주들의 투자금을 날려먹으리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저자는 비즈니스 서적의 문제점으로 현실적으로 비즈니스에 성공하는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로, 누군가 주식 시장을 예측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하자. 그는 슈퍼컴퓨터와 천재적인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주가 변동을 정확히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든 후 책을 집필해 지식을 세상에 공개한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주식 시장은 즉각 거래가 사라진다. 그리고 뛰어난 프로그래밍과 지침이 쓸모 없어지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재조정된다. 여기서 바로 시장 위주 시스템의 현실이 드러난다. 즉 시장 시스템은 거래마다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실패하는 기업은 반드시 생긴다.



그렇다면 기업이 ‘초난감한’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모든 직원에게 회사가 속한 업계의 역사를 익히라고 권장하고 있다. 역사는 ‘뒷북’일지라도 우리에게 교훈을 가르쳐주는 ‘사실’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전략을 논하는 대다수 비즈니스 서적들이 가정과 검증되지 않은 짐작으로 가득하지만, 역사는 ‘포지셔닝 재난을 피하는 방법’이나 ‘홍보력이 무너질 경우 대처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런 조언과 더불어 ‘필독 도서 목록’과 ‘권장 도서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어떤 사실을 놓고 저자마다 의견이 다르다면, 모두 읽어보고 충분한 지식을 습득한 후 나름대로 의견을 정립하여 판단하라고 한다. 결국은 많이 읽되, 소위 경영의 바이블로 통하는 책들과 주장에 너무 매몰되지는 말라는 조언이다.


자, 이렇게 독서를 통해서 습득한 지식과 식견을 통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유형을 솔직하게 평가해 보자. 기술 위주의 기업인지, 아니면 영업 위주의 기업인지, 시장 위주의 기업인지, 아니면 재무 위주의 기업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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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어느 한 유형에 속하는 기업은 없다. 대다수 기업이 한 요소가 지배적인 종합형이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회사가 어느 유형에 가장 가까운지 이해하는 시도는 중요하다. 그래야 회사가 당면한 잠재적인 문제를 짐작하는 통찰력과 다양한 난국에 직면해서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안목이 생기니까. 소크라테스라 얘기했듯, 우리 자신을 제대로 아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500 페이지가 넘는데다 엔지니어가 아니라면 기술 관련 용어도 익숙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IT 관련 종사자라면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똑똑한 기업들이 저지른 ‘멍청한’ 짓을 되씹어 보는 즐거움은 물론 타산지석의 교훈이 널려 있다.


“실패란 아직 그 가치가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자산이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발명한 에드윈 랜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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