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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나는 책을 몇 권 읽었다’ 하는 식으로 수량 경쟁을 하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러나 책은 몇 권을 읽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책으로부터 무엇을 얼마만큼 배웠는가, 얼마큼 내 것이 되었는가가 중요하다. 따라서 평범한 책을 읽을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좋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  --- 고미야 가즈요시의 <선택적 책읽기> 중에서


선택적 책읽기
고미야 가즈요시 지음, 홍윤주 옮김 / 지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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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각 분야 10대 뉴스가 발표된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정리하는 맛이 있어 좋다. 그런데, 이런 정리하는 습관을 독서에도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엉뚱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2009년 내가 꼽은 10권의 도서까지는 그 사람의 독서이력을 살펴 보는 재미가 있지만, 올 한해 124권을 읽었다거나 하면서 책을 많이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주눅들게 만드는 목록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생각이다. 올린 사람이야 자신의 독서이력을 정리하는 의미가 있겠지만, 이것이 자칫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게 한다거나, 지나치게 속독을 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량에 집착하다 보면 깊이 있는 독서를 하기보다는 얇은 책, 읽기 쉬운 책만 보는 버릇이 생기게 된다. 오래도록 읽어야 할 인문학 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십상이다.

독서와 글쓰기 강의를 하다 보면 편독하는 습관을 가진 수강생들을 자주 만난다. 이들의 고민을 들어보면, 책을 많이 읽기는 하는데 별로 남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한다. 그리고 글로 쓰려고 하면 쓸 내용이 별로 없다는 고민도 털어놓는다. 대부분 편독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 도서를 주로 읽는다.

도서평론가 이권우 씨는 "빨리 읽으려고 하면 왜 독서를 하느냐"라고까지 말한다. 교양과 지혜를 얻기 위한 인문학적 독서를 강조하면서 한 얘기지만, 실용서라고 해서 다르지만은 않다. 대충 읽고 내용만 이해해서는 자신의 지식과 통찰력으로 체화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신세대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인상적인 얘기를 한다.

그는 <책을 읽는 방법>이라는 책에서 '슬로 리딩'을 강조한다. 그는 신문조차 그 함의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천천히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건성건성 헤드라인만 읽어서는 제대로 된 맥락을 파악할 수 없다는 뜻이겠다. 슬로 리딩의 방법으로 그가 제시하고 있는 기술은 바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것을 상정하고 읽는 방법이다.


"읽은 후에 누군가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로 책을 읽으면 잘 모르는 부분은 다시 읽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이해력도 높아진다. (중략) 블로그에 독서 감상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막상 쓰려고 하면 반드시 막히는 부분이 나온다. 그곳을 메우면 내용의 전체적인 상이 확실하게 정착된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블로그 방문자들에게 그 책을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쓰려고 하다보면, 먼저 자신이 확실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재미있었다'든가 '별로였다'라고만 쓴다면 모처럼의 독서체험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 중에서



책을 읽는 방법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insahara.tistory.com BlogIcon in사하라 안녕하세요!!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군대 있을 시절 독서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권수에 집착을 하게 되더군요. 군대 있는 동안 60여권의 책을 읽었고, 그 책의 내용을 기억하거나 되돌아보기보다는 오히려 권수가 늘어가는 데에만 집착하고 그러한 부분으로부터 즐거움을 느끼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요즘은 그 당시보다 조금 책을 읽고 목록을 작성하지 않습니다. 대신 책을 읽고 리뷰를 꼭 작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은후 해당 분야에 대한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책을 다시 되짚어 보게 되고, 좋은 것 같습니다. 목록을 따로 만들지 않다보니 권수에 집착하지도 않게 되더군요.

    마지막에 예로 들어 놓으신 히라노 게이치로 씨의 블로그에 독서 감상을 쓰는 것을 제가 실천하고 있는게 되겠네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ㅎ
    2010.01.05 03:14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maehok.tistory.com BlogIcon 숭학당 독서감상을 쓰다보면 글쓰기 실력도 늘어나고 내용 정리도 잘 되고, 1석2조죠. 댓글 감사합니다.^^ 2010.01.05 09:38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karock.tistory.com BlogIcon 투오마스 좋은글 잘봤습니다 ^^ 저도 음악에 관해서 이것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많은 음반을 어중이 떠중이로 많이 듣는것보다 양은 적더라도 한 음반을 적어도 10번은 듣는것이 음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구요 ㅎㅎ 2010.01.05 07:20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maehok.tistory.com BlogIcon 숭학당 그쵸. 음악도 책하고 비슷하네요. 감사합니다.^^ 2010.01.05 09:39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log.naver.com/spartacus2 BlogIcon 장웅진 하긴 실용도서, 특히 자기계발서일지라도 그것을 정독하고 또 여러 번 읽는다면 굳이 "실천편" 같은 게 나올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2010.03.01 20:08
  • 프로필사진 최선정 안녕하세요. 티스토리 회원이 아니라서 댓글 안되는 줄 알았더니 되는 군요 ^^ 감사.. 좋은 글 블로그에 담아가도 될까요? (네이버 블로그 입니닷! 출처는 밝히구요) 2010.07.1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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