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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통자 수강생 중 한 분이 보내온 편지입니다. 최근에 영국 유학생활을 시작하셨는데, 새로 책통자 강좌를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듯해서 올립니다. 물론 동의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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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수 대표님, 김민영 이사님께

Pedagogy는 교수법이라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 안에 ‘아이(child)’가 포함되어 있어요. 같은 뜻이지만 Andragogy라는 단어는 ‘어른(adult)’을 포함합니다. 전자는 교육학에서 아주 일반적인 단어인 반면에 후자는 아주 큰 사전이 아니면 나오지 않아요.


어른은 오래 전부터 이미 소외된 존재인가요?


저의 공부는 어른에 대한 연민에서 시작합니다. 우리 어른들은 세금 혜택이 사라지는 순간부터,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다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안타깝습니다. 또, 그 공부가 겨우 우리가 지나왔던 입시의 다른 모습이라는데 갑갑합니다. 어떤 사람을 보면 이 공부와 학위 취득을 혼동하는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그간 잘못 공부해왔다는 걸 모르면서, 공부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스스로 욕망을 통제하는 우리 어른들에 연민을 느낍니다.

그런데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올인 하는 공부 대상이 자기 일, 자기 관심사, 자기 전공이 아닌 영어라는 데 어이가 없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이 유용한 도구인 영어가 시험을 위한 일개 과목으로 전락한 현 상황에 현기증이 납니다. 형평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불가피한 제도, 시험. 이 불안한 제도를 숭배하며 자란 과거가 우리 앞에 다시 시작되는 모습을 볼 때 절망합니다.

시험영어에 대안으로 시중에 나온 스타강사의 방법론은(영화영어, 시트콤영어 외) 뭔가 다르게 보이지만 다가올 지식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영어능력을 갖추기엔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닙니다. 지식사회를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잘 읽고- 잘 쓰고- 잘 말하고- 잘 듣는’ 이 네 가지 능력, 필독력(Literacy)을 갖추지 못하면 또 다른, 이번엔 다른 강도의 소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진짜 문제는 한국어, 영어의 너머에 있는 보편적 언어를 다루는 능력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입니다.

기초체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기술이 아니라 체력이 부족합니다. 기술훈련이 아니라 체력훈련이 부족합니다. 공교육에서 배운 적도 없고 혹은 배웠더라도 올바르게 평가 받고 지도 받지 못했습니다. 사교육의 나라에서 어른을 위한 논술 사교육은 없습니다. 우리 어른은 돈도 안 되는 존재인가요? 돈벌이로 이용할 가치도 없나요? 다시 토익이라는 변형 입시 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나요?


그러다 행복한 상상을 만났습니다.

두 분이 있는 곳은 제가 그토록 찾아 열망하던 언어훈련소였습니다. 독후감이 서평으로 발전해나가는 과정 속에 저의 지적 욕망이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추천해주신 책을 통해 ‘공부’의 정의와 당위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식인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선 지나가기 위해 혼자가 아닌 함께 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첫날 집에서 혼자 책보고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 좌절한 사람들이 저 말고도 많다는데 놀랐습니다. 우리의 좌절은 독서력 개발이 개인에게 머물러 있었던 결과였습니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여러 사람 모여 함께 독서력을 늘려가는 과정, 책통자라는 코뮌에 접속하는 행위가, ‘소외’산을 넘어 ‘행복’섬에 도달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본형과 다치바나 다카시를 섞은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조사해서 글쓰기’를 다음 단계로 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그것이 끝나면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이렇게 스스로 공부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영어를 스스로 해결해나가며 또 다른 주제로 공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세상을 보는 두 번째 창을 통해 다양하게 더 많은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그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알게 된 후부터 그 지식활동은 바로 행복활동이지 않을까요? 이 활동을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느끼는 기분은 행복 그 이상일까요? 지금 저는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두 분에게서 보물지도를 얻었습니다. 이제 우리 어른이 자신의 언어로, 자기 공부를 위해 스스로 주인이 되는 방법을 찾으러 갑니다. “공부”를 공부하러 갑니다. “조사해서 글쓰기”를 조사해서 글쓰러 갑니다.


난생 처음 하는 공부입니다. 행운을 빌어주세요.

두 분 모두 건강하세요. 내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9월  27일 

영국 란카스터에서

○○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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