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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사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작년 연말, “올해의 베스트 비즈니스 북”을 발표했다. 경제 위기의 원인을 밝히려는 쟁쟁한 경제경영서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는데, 그 중 경제학자가 아닌 법학자가 쓴 책이 선정되어 눈길을 끌었다. 컬럼비아대학 법학 교수인 마이클 헬러가 쓴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The Gridlock Economy)』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前) 대통령 또한 지금의 금융 위기와 관련해서 읽어야 하는 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이 책은 지금의 경제 위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라며 금융 위기와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전혀 없는 이 책을 꼽았다고 한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먼저 그리드락(Gridlock)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교통 정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자원이 활용되지도 않고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지도 않는 경제적 정체 상황을 가리킨다. 즉, 지나치게 많은 소유권이 경제 활동을 오히려 방해하고, 새로운 생산력의 창출을 가로막는 현상을 가리키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대학시절 공부를 핑계로 해인사의 한 암자에 있던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민법 중에서 물권법(物權法)을 보다가 ‘담보물권’에서 꽂혔다. 부동산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고 신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 이르러 무릎을 쳤다.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한 부의 창출방법을 새롭게 찾았다는 희열이 굉장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담보물권을 설정할 만한 물권이 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자본이 자본을 낳는다’는 걸 재확인하는 씁쓸함이란. 그동안 잊고 있었다. 소유권의 자본증식 효과를.

각설하고, 소유권에 대한 정의부터 알아보자. 소유권은 재산권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권리이며, 사유재산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시장자본주의 경제체제인 우리 나라의 민법은 제211조에 “소유자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소유물을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물과 함께 가장 일반적인 부동산이라고 할 수 있는 토지의 소유권은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 내에서 토지의 상하에 미친다(동법 제212조). 그러나 지하의 광물은 토지소유권이 미치지 않고 광업권의 객체로서 국유로 된다(광업법 제2조, 제7조).




그렇다면, 공중의 소유권은 어디까지 미치는가? 최근 들어 재벌가들이 몰려 있는 한남동의 고급 주택가에서 한강 조망권 문제로 소송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하처럼 지상도 소유권이 무제한으로 인정되는 건 아니다. 근대국가에서는 소유권의 절대성을 인정했지만, 자본주의가 진전되면서 그 모순이 심화되는 상황에 따라 소유권의 상대성·사회성·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소유권을 제한하는 수많은 법률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소유권에 대한 논란에 더해 이제는 디지털 저작권에 대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게 되었다. 책속 내용을 보자.

“구글이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구글 프린트를 통해 저작권이 있거나 없는 웹 문서 수천만 개를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한 도서관이 될 수 있다. 구글은 저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저작권이 있는 웹 문서 중에서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준다. 이는 이용자들이 원본을 구입하거나 대출할 마음을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그럼에도 저자 조합(The Authors Guild)은 디지털 복사본이 조합원들의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구글을 고소했다.”

디지털 저작권의 그리드락 사례다. 경제학을 ‘우울한 학문’이라고 했다면, 법은 ‘차가운 학문’이다. 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현실의 권력관계를 정당화하는 제도로 자주 기능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는 결국 멸망한다’는 예언을 피하갈 수 있게 된 건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탐욕을 제어하는 노력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서이다. 이제 소유권의 역습, 그리드락을 푸는 방법은 저자의 주장처럼 ‘미활용’되고 있는 ‘반공유재’의 개념을 도입해 소유욕을 제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사용수익하는 데서 얻어지는 ‘개발이익’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공유재의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

‘공유재의 비극’이란 무엇인가? 업무용 차가 쉽게 망가지는 걸 떠올리면 된다. 공유재산은 자신의 차처럼 조심해서 운전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남용’한다. 대표적인 공유재는 공기나 물의 사용은 내 재산처럼 아끼지 않는다. 사유재산은 어떤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최선의 주의를 다한다. 그렇다면, 공유재와 사유재산의 중간 접점을 찾으면 남용하지 않을 게 아닌가?

이렇게 해서 등장한 개념이 ‘반공유재’다. 완전 공유가 모두에게 개방되는 무질서 상태라면, 부분 공유는 내부자에게는 공유재이지만 외부자에게는 사유재산인 경우를 말한다. 이런 반공유재의 개념은 정부의 규제나 사유화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들의 협력만으로도 성공적으로 공유 자원을 보전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 ‘그리드락’의 사례는 무수하다. 책에서 들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특허에 발목 잡힌 제약회사는 신약 개발을 포기한다. 이른바 ‘특허 괴물’ 때문이다. 부동산 재개발 지역에 나타나는 ‘알박기’와 다를 바 없다. 잘게 쪼개진 소유권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치르게 된다. 저자는 우선 ‘미활용’ 되고 있는 그리드락의 사례를 발견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다. 이 그리드락은 모든 사회에서 낭비와 손실의 주된 원천이지만, 대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IBM은 소프트웨어 코드 특허 500개를 대중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생명공학 회사 셀레라 지노믹스(Celera Genomics)는 인간의 유전자 정보가 담긴 염색체 집합을 해독하기 위해 수억 달러를 투자하고, 그 방대한 DNA 데이터베이스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각자가 가진 특허를 교차 소유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간 조치이다. 다보스 포럼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와 같은 ‘소유의 공존’으로 해결하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소유권의 문제는 이제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 기획회의 (2009년 8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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