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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제목부터 꽤나 끌리는 책입니다. ‘런던에선 책을 어떻게 읽길래?’ 하는 호기심에 책장을 넘겨봤습니다. 영국 작가인 저자 닉 혼비가 책을 읽은 후, 특별한 형식 없이 자유롭게 쓴 내용이더군요. 일종의 서평집 혹은 독서 에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같은 책과 비교할 수 있겠네요.

이 책은 저자가 <빌리버 The Believer>란 미국 잡지에 3년 간 연재했던 글들을 엮어놓은 것이라 하는데요. 이 <빌리버>란 잡지가 좀 독특합니다. ‘아무도 혹평하지 말지어다’라는 한 가지 계명을 지켜야 한답니다. 잡지 창립자들은 주로 험담이 난무하는 비평가들의 세계에서 작가들이 안심할 수 있는 단 한 곳의 공간을 원했다 합니다. 재밌는 잡지 같습니다.

“독서가 레저 활동으로 살아남으려면, 독서의 (불분명한) 혜택보다는 즐거움을 장려해야 한다. 다만, 부탁이니 읽고 있는 책이 재미없어 죽을 지경이라면 내려놓고 다른 것을 읽기 바란다.”



저자는 완독 강박에서 벗어나라며 철저하게 재미 중심의 독서를 추구합니다. 고전부터 최신 대중소설, 만화, 에세이 등 읽고 싶은 건 다 읽어댑니다. 책의 각 장마다 매달 구입한 책과 읽은 책들을 정리해 두고 있는데요. 목록이 정말 다양합니다. 읽다 만 책도 보이구요. 때론 구입한 책보다 읽은 책이 더 적기도 합니다. 작가도 책 쌓아두기 놀이를 즐기는가 봅니다.

“‘진정한 교양인이란, 읽지 않은 수천 권의 책을 소유하면서 태연자약하게 더 많은 책을 원할 수 있는 이들이다’라는 부분이다. 그게 바로 나다! 그리고 아마 여러분도! 바로 우리란 말이다!”

흥미 위주의 독서를 지향하는 만큼 글도 재밌습니다. 도서 리뷰나 서평은 딱딱한 글이 되기 십상이죠. 여기서는 몰라도 아는 척, 없어도 있는 척 하지 않고 자신의 독서 일상을 아주 솔직하고 자유롭게 쓰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축구 보느라 책 못 읽었다’ ‘음악 듣느라 책은 한 권도 읽기 싫었다’ 하는 얘기들도 서슴지 않더군요. 곳곳에 저자의 유머도 눈에 띕니다.

“책은 다른 어떤 것보다 훌륭하다. 문화 매체들 간의 권투 경기를 진행한다고 상상해보자. 책을 링 위에 세워놓고 다른 예술 매체와 맞붙게 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책이 이길 것이다. 한번 해보자. 오페라 「마적」 대 『미들마치』? 책이 6라운드쯤에서 이길 것이다. 「최후의 만찬」 대 『죄와 벌』? 책의 판정승!”

다만 다루고 있는 책들이 생소하다는 점(저에게는)과 번역의 문제인지 편집의 문제인지, 아니면 저자 스타일이 원래 그런지, 읽는데 좀 산만한 느낌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몰입이 안 되서 “뭔 소리야” 하며 잠시 팽개쳤었죠. 다시 집어드니 그제야 내용이 들어오고 재밌어지더군요.

     


“나는 독서애호가가 더 재미있게 산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문학가는 <캉디드>(볼테르 저, 18세기 풍자문학의 대표작) 같은 책을 읽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문학가로서의 함량이 약간 미달되기 때문이다. 반면 독서애호가는 뭐든 원하는 대로 읽어도 된다.”

대학 다닐 때, 가수 김수철 씨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김수철 씨의 말 하나, 몸짓 하나에서 ‘음악 하는 게 재미있어 죽을 지경’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도 그렇습니다. 내가 재밌어서 하는 일에 무슨 ‘척’은.

즐겁게 읽고 자유롭게 쓰는 저자를 보며 왠지 저도 따라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은 ‘아는 척’ 읽어야 되고 글은 ‘있는 척’ 써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진정 재밌는 독서와 글쓰기를 누려보고 싶다면 닉 혼비의 ‘런던스타일’을 따라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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