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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어 가는 이 시간에 책을 듣기 위해서 오는 분들이 어떤 감수성을 가졌을까 저는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아마 이런 분들은 여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많이 보여주고 이 시간은 나의 날을 찾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오늘 이 시간만큼은 훈민정음의 비밀도 중요하지만 여러분도 여러분 자신을 찾아가는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지난 5월 25일 오후 7시. 논현문화정보마당에서 네 번째 ‘우리문학콘서트’가 열렸습니다. <훈민정음의 비밀> 김다은 작가와 한국문학을 노래하는 제갈인철 씨를 모시고 2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훈민정음의 비밀>은 인물들이 주고받는 편지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간체 소설입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형식인데요, 형식 못지않게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훈민정음과 관련된 추리 사극이라는 점에 더욱 구미가 당기기도 하지만 구중궁궐 깊은 곳에서 겪는 궁녀들의 외로움과 애환에 때론 가슴 울컥하기도 합니다. 읽을수록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김다은 작가는 <훈민정음의 비밀> 집필계기를 우리 한글의 자음 순서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현행 ‘ㄱ, ㄴ, ㄷ, ㄹ, ㅁ,……’ 순서는 잘못된 것이라는 거죠. 저도 어렸을 때 그냥 외우라니까 무턱대고 외웠는데요.

우선 한글 자음은 발음할 때 혀와 목구멍의 모양에 따라 ‘ㄱ,ㄴ,ㅁ,ㅅ,ㅇ’ 이렇게 5개만 알면 됩니다. 이 5개 자음에 소리가 거세지는 정도에 따라 획을 하나씩만 추가하면 된다는 거죠.


모음은 더 단순합니다. ‘·(天), ㅡ(地),ㅣ(人)’ 이렇게 세 개만 알면 모든 모음을 만들 수 있습니다. 휴대폰 문자 찍을 때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이렇게 과학적인 문자를 우리는 너무도 비과학적으로 배워왔던거죠.

김다은 작가는 현행 자모음 순서를 원래대로 돌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편들은 원래의 자모음 체계를 찾았을 때의 효과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라고 합니다.


소설 속에서는 조선시대 궁녀들의 애환도 엿볼 수가 있습니다. 이는 <훈민정음의 비밀>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제갈인철 씨의 노래 ‘항아의 노을’을 들으면 더욱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항아는 궁녀를 높여 부를 때 쓰는 말입니다.

김다은 작가는 노래를 들으며 심장이 쿵쿵 뛰었다고 하시더군요. 지금 <훈민정음의 비밀>의 영화화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하는데 거기에 주제곡으로 썼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독자 낭독 시간. 한 독자분이 나오셔서 책의 한 부분을 직접 낭독해 주셨는데요.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읊어줬습니다. 김다은 작가는 낭독의 중요성을 얘기하며 자기 작품에서 빛이 나는 것 같다며 낭독자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독서와 토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얘기했습니다. 어린 시절 시를 백편가량 외울 정도였다는 김다은 작가는 책을 읽고 토론했던 것이 평생 잊히지 않는 경험이라고 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기에 맞는 책을 적절하게 고르는 것과 그것을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시험을 치르고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어릴 때부터 토론하고 자기 의견을 표현하고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물론 글쓰기에도 중요하구요.


김다은 작가는 차기작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을 언문으로 표기한 <훈민정음 언해본>이 나온 세조 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구상중이라 밝혔습니다. 세종 때 지어진 훈민정음의 제자해석을 밝힌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자로 쓰여 있었죠. 훈민정음에 관한 또다른 이야기, 정말 기대됩니다.


콘서트 후에는 저자가 직접 사인한 책을 증정하는 시간도 있었는데요, 준비한 50여 권의 책이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한국의 역량 있는 숨은 작가를 발굴할 목적으로 시작한 ‘우리문학 콘서트’. <돈워리마미> 신중선 작가, <봄빛> 정지아 작가, <바디페인팅> 박금산 작가에 이어 김다은 작가까지.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한국문학을 더 알릴 수 있게 되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음 제5회 우리문학 콘서트는 6월 30일(화) 오후 7시에 <붉은 비단보>의 권지예 작가를 모시고 진행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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