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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서평은 제목부터 다르다. “무슨 내용일까?” “참 독특한 생각이네!” 이런 호기심을 갖게 한다면 일단 성공. 여기에 글의 ‘주제’까지 보인다면 만점 제목이다. 다음은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명품 제목들.

▶ 사진 잘 찍는 CEO 경영도 잘한다
▶ 책방 심부름꾼 장이, 난봉꾼에 걸려 들었네
▶ ‘세기의 갑부’들이 1830년대生인 까닭은…
▶ 엄마도 엄마가 필요했구나...

모두 신문, 잡지의 제목으로 쓰인 사례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일까?’ 절로 호기심이 인다. 특히,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서평 제목 “엄마도 엄마가 필요했구나”(영화주간지 씨네21)는 찡한 감동마저 준다. 책을 읽지 않은 독자라도 클릭하게 만드는 제목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이 쓴 제목은 어떨까. 같은 책 <엄마를 부탁해>의 사례. “엄마를 사랑해”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 “나의 엄마를 생각하며”... 대부분 감정이 묻어있긴 하나 단편적인 느낌이다. 글쓴이의 개성이나 주제를 드러낸 제목은 찾기 힘들다.

이유가 뭘까. 독자들은 여전히 독후감 즉 에세이식 글쓰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읽는 사람(독자) 보다는 쓰는 사람(필자) 중심의 글이라 할 수 있다. 내용은 물론 제목 역시 ‘내가 쓰고 싶은 표현’을 고르다 보니 가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문의 제목은 다르다.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치면서 필요 없는 표현은 제거 되고, 날렵한 표현들이 완성된다. ‘독자의 눈에 띄지 않으면 읽히지 않는다’는 공포감은 기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고민이다. 보기만 해도 클릭하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제목을 만드는 것은 기자의 숙명인 셈이다.

기자들이야 밥 먹고 하는 일이 글을 쓰는 일이고, 그것도 하루에 한두 건이 아니라 많게는 5건을 넘기도 한다. 근무조건이 열악한 인터넷신문사의 경우는 더한 경우도 있다. 여기가 끝도 아니다. 취재기자, 그 위에는 데스크(편집을 책임지는 편집장)도 있다.

이들의 일은 기자가 어떤 컨셉의 기사를 쓸 지를 지시하기도 하지만, 기자가 쓴 글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 수정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역할이 ‘제목 멋지게 뽑기’다. 독자가 한눈에 반하게 하는 매혹적인 제목을 뽑아내는 것은 연차가 있는 기자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글쓰기의 8할은 제목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목에 핵심적인 내용을 담았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흔히, 본문에는 공을 들이지만, 정작 제목에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고 했다. 아무리 매력적인 글을 썼다고 하더라도 제목이 눈길을 끌지 않으면 읽히지 않는다. 물론, 제목만 그럴 듯하고 내용은 없거나, 본문과 따로 노는 ‘낚시성’ 제목을 권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독자를 허당에 빠뜨리는 스포츠신문 같은 옐로 페이퍼나 온라인매체의 선정적인 제목을 너무 많이 목격했다. 이제는 블로그 글쓰기까지 튀어보려는 블로거들의 낚시성 제목들이 넘쳐나기도 한다.

글쓰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에게 나의 글이 오류는 없는지 검토를 받는 것이 좋다. 자신이 쓴 글은 객관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바둑이 그렇듯 글쓰기도 훈수가 더 잘 보이는 법이다.

글 쓰는 사람은 내 마음에 드는 제목이 아니라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 제목인지 아닌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수많은 서평 중 내 서평이 읽힐 확률은 얼마나 될까. 자신이 쓴 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객관적인 평가를 내려봐야 한다.

이때 고치고 싶어진다면, 몇 번이고 다시 써 보는 것이 좋다. 예컨대, 예상 클릭수가 3회 정도라면, 클릭수를 30회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매력적인 제목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단어 한  두 개, 조사 하나, 접속사의 유무, 따옴표의 차이 등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제목을 만들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제목 “사진 잘 찍는 CEO 경영도 잘한다”는 ‘사진’과 ‘경영’이라는 단어를 대치시켜 균형감을 준다. 이 때 ‘사진’ 대신 ‘음악’ ‘영화’를 넣어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책’을 넣는다면 개념은 대치되지만, 글자 수가 한자이기 때문에 두자인 ‘경영’과 어울리지 않는다. 불균형적인 느낌을 준다.

“‘세기의 갑부’들이 1830년대生인 까닭은…”의 경우 ‘갑부’가 늘 대중에게 관심 가는 단어인데다 ‘세기’라는 화려한 수식어까지. 게다가, 그들이 1830년대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눈에 띈다.

제목으로 흔히 “○○, △△한 이유”처럼 쓰는 것 또한 ‘이유’란 단어가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서평의 멋진 제목을 뽑아내고 싶다면 신문 기사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또 같은 책에 대한 다른 서평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되도록 온라인 서점보다는 신문 서평을 참고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의 ‘읽히는 글쓰기’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그들의 제목은 일반 독자들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

좋은 글은 항상 독자를 고려한다. 내가 이 서평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담았는지, 독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클릭하고 싶은 제목인지 꼼꼼히 퇴고하는 것은 글쓰기의 시작이자 전부일 수 있다.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bkugotit.tistory.com BlogIcon 젤가디스 저도 블로거뉴스를 보면서 클릭을 했던 제목들이었습니다. 글쓰기에서 제목짓기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알고는 있지만 예를 보면서 다시 한번 들으니 더욱 잘 와닿습니다. 2009.01.26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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