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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갔다가 늦게 집에 가는 밤이면
불빛이, 따뜻한 불빛이 검은 산 속에 살아 있는 집


……


그 여자의 까만 머릿결과 어깨를 생각만 해도
손길이 따뜻해져오는 집


 

남자들이라면 '그 여자네 집'이라는 말이 주는 아련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겁니다. 여자들이라면 그 남자네 집이 있을까요?


그 추억을 안고 지난 2일(화) 강남구립도서관 주최,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주관으로 열린 <김용택 시인의 ‘그 여자네 집’> 북&송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노래로 듣는 독후감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눈과 귀가 즐겁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저녁이었죠.

 

 



이등병의 편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의 작곡가 김현성과 포크가수 이수진, 노래패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정은주, 초대가수 백창우가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을 들려줬는데, 연극배우 김경락이 무대에 올라 Poem Drama라는 것도 선보였습니다.

 

악기편성도 어쿠스틱 기타 셋에 건반, 신디, 퍼커션, 아코디언, 멜로디언에 장구, 꽹과리의 국악기까지. 소리의 풍성함이 제 감성을 더 자극하더군요. 특히 곡 중간중간 펼쳐진 김경락의 모노드라마에 저도 기억 속의 그 여자를 떠올리며 행복한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답니다.

 

 

 

 

공연 중간 김용택 시인이 직접 나와서 자신의 시 그 여자네 집의 작품배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는데요, 몸빼바지를 입고 배추를 머리에 인 채로 팔랑팔랑 걸어오는 그 여자에게 한 눈에 반했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죠.

아직도 그때의 사랑을 곱게 간직하고 있는 김용택 시인은 시집 <그 여자네 집>에 수록된 '애인'이라는 시를 그리움 가득한 목소리로 읊어주기도 했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시 이외에도 김현성의 헌정음반 <그 사내 이중섭>의 수록곡들과 기형도 시인의 '빈집',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도종환 시인의 '저녁기도', 정희성 시인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도 들을 수 있어서 노래로 듣는 독후감,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흔히들 미술과 음악은 잘 연관 짓지만 책과 음악이라는 다소 어색해 보일 수 있는 조합인데, 이렇듯 궁합이 잘 맞을 줄은 몰랐네요.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죠. 같이 오셨던 분은 공연 시작 전에는 머리가 아팠는데 보고나니 기분이 상쾌하다며 즐거워하더군요.

 

시, 노래, 연극 이 세가지가 맛깔스럽게 어우러진 수준 높은 공연이었고 콘서트의 전체적인 완성도도 뛰어났습니다. 강남구 대치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책을 통한 자기계발' 수강 주부님들과 함께 왔는데, 이 분들도 너무 좋아하시던군요. 책과 관련한 음악이 공연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면서.

앞으로 이런 책과 음악이 함께 하는 공연이 자주 기획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베이시스트다 보니. ^^

- 최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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