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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격주간지 <기획회의> '기획회의가 만난 사람'
출판저널 발행인 김수연 대표

서평전문가 김민영 bookworm@rws.kr


<출판저널>이 12월 복간된다. 휴간된 지 3개월 만이 된다.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의  지원금이 끊기자 휴간을 선언한 <출판저널>은 사실, 그 앞길이 불투명했다.  누적적자에 시달려온 데다 휴간 또한 처음이 아닌 지라(2002년 6월부터 3개월간 휴간한 바 있다) 복간에 대한 기대는 적었다. “21년 역사를 이어온 서평 전문지 하나  지켜내지 못하는 출판계”라는 비난이 불거졌으나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총대를 메고 나선 이는 김수연 대표다. 독서운동단체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그는 산간오지 섬마을을 다니며 도서관을 지어주는 일을  해왔다. 1991년 전북 남원군 산내면 마을회관에 첫 마을도서관을 만든 이래 지금까지 140여 개의 도서관을 만들었다. 최근엔 『내 생애 단 한 번의 약속』이라는 에세이를  펴내며 독서운동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그는 현재 한길교회 담임목사직을 맡고 있다.

김 대표에게 <출판저널>이라는 매체는 낯설지 않았다. 전국을  발로 뛰며 책읽기의 중요성을 알려온 그는, 오래 전부터 ‘독서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매체’를 꿈꿔왔다. 하지만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출판저널> 편집장을  맡게 된 정윤희 기자와의 인연이 아니었다면 결심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로 만난 두 사람은 이제, 발행인과 편집장이라는 새 자리에서 서로를 마주하게 됐다.


“왜 쉽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느냐”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출판저널>을 맡은 김 대표와 긴 인터뷰를 나눴다.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포부, <출판저널>의 방향에  대한 목소리를 담았다. 휴간의 진통을 목격해온 정윤희 편집장도 동석해 이야기를 보탰다.





김민영 (이하 김) ― <출판저널>의 복간 여부는, 출판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어떤 계기를 통해 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수연 (이하 수) ― <출판저널>과는 깊은 인연이 있어요. 1987년 7월에  <출판저널>이 창간했는데, 난 그해 11월 8일부터 도서관 운동을 시작했거든요. 같은 해에 출발한 거죠.  <출판저널>은 독서운동을 하면서 줄곧 관심 있게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볼 때마다  대중에게 읽히는 게 아니라 출판계에서 읽는 회람이나 소식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갈수록 뭐랄까, 대중성을 잃어가는 것 같았어요. 독자를 위한 내용,  독자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가 부족했던 거죠. 아마 그건 출협 안에 있던 잡지인 데다 지원금을 받아 만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자율성이나 마케팅 기능이 떨어졌던 거죠. 또 3년에 한 번 바뀌는 출협 지도부 때문에 혼란을 겪은 부분도 있었고요. 휴간과  폐간을 번복하는 걸 지켜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최근엔 찍어 놓은 잡지를 창고에 쌓아놓은 적도 많았다고 해요.

― 원래 부수가 어느 정도였나요?
정윤희 (이하 정) ― 원래는 1만 부 정도 찍었는데, 최근에는 2,500부 정도 됐어요.

― 영업 파트가 따로 있었나요?
― 없었다고 봐야죠. 있었다고 해도 한계에 부딪쳤을 거예요. 밖으로 나가 독자와 만나야 하는데 출판계 내에서만 돌았으니까요.

― 누적적자가 20억이 넘었다는 말이 있던데, 그간  <출판저널>이 수익을 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를 뭐라고 보십니까?
― 시장도 없는데 물건만 만든다고 그게 팔리겠어요.  독자도 없는데 신간을 쏟아내봤자 팔릴 리가 없죠.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고 봅니다. 독서운동을  통해 책 읽는 사람, 책이 팔리는 시장을 만들어야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출판은 그렇지가 못했어요.  거꾸로 달려온 거죠. 시장 만드는 일에는 소홀하면서 화려한 양장이나 이벤트 경품 같은 걸로 독자를 유혹하고 억지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고.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어요. 하루에도 신간이 수백 종씩 나온다고 하는데  독자도 없는데 이 책을 어떻게  소화하겠어요. 그러니 책 읽는 사람들을 만들어야죠. 신간 종수도 좀 줄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만든다고 능사는 아니죠. 그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게 바로 독서운동이에요.

기자와 취재원에서 발행인과 편집장으로  
― 대표님이 <출판저널>을 맡게 된 게 편집장과의 인연 때문이었다고 들었습니다.
― <출판저널> 기자로 일하면서 대표님을  뵙게 됐어요. 기자와 취재원으로 만난  거죠. <출판저널>이 휴간 위기에 처하면서 내부적으로 기자들이라도 나서서 인수자를 찾아보자는 의견이 있었고 저도 그대로 앉아서 볼 수가 없었어요. 출판의  역사를 담아온 잡지가 한 순간에 사라진다는 걸 인정하기 힘들었죠.  그래서 인수자를 찾아 나섰고, 대표님이  떠올랐어요. 평생을 독서운동에 몸바쳐온 분이니 누구보다 책의 중요성을 아실 거고 <출판저널> 역시 독서운동처럼 독자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책으로 만드실 분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셨어요?
― 사실 좀 놀랐죠. 오래 지켜본 잡지이긴 하지만,  선뜻 내가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해보진 못했으니까. 제안을 받고 오래 생각했습니다.  천천히 두 번 세 번 가능성을  고민했어요. 아주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매체에 대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어요. 내가 책의 중요성을 말하고 다니는데, 맨투맨으로 만나 전하는 건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꼭 매체가 필요했고. 사실 시기적으로는  조금 늦었죠. 지금이라도 시작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다고 하던데요. 교인은 물론 작가들까지 하나 같이 하지 말라고 했다면서요.
― 누구 하나 찬성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하지 말라고 통사정한 사람도 있었어요. 수익면만 보자면, 그야말로 망한 잡지나 다름없는데 그걸 왜 맡으려고 하느냐. 원래 하던 독서운동이나 계속 잘 해라. 별의별 잔소리를 다 들었어요. 하라는 사람은 딱 한 사람 있었죠. 정 편집장. (웃음) 원래 <출판저널>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출판저널>의 한계를 잘 알았고 또 가능성도 봐왔던 사람이라 믿고 시작할 수 있었어요. 밖에서 보는 시선보단, 살림살이를 상세히 아는 사람이 가능성도 아는 거니까 확신이 있었죠.  나 역시 기자 생활을 해본 적이 있었고, 매체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했기 때문에 결심을 한 겁니다.
지금까지 전 재산과 인생을 바쳐 독서운동을 해왔어요. 그 돈이 줄잡아 수억 아니 수십억은 될 텐데, <출판저널> 적자 보존하려면 한 달에 1-2,000만  원이면 돼요. 독서운동이라는 목적이 뚜렷한데 내가 이걸 왜 못하겠어요. <출판저널>을 살리는 건 독서운동의 장을 마련하는 일이에요.

― 출협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 잘 안 되던 잡지니까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니  기뻤겠죠. 제가 백석기 회장 앞에서 그런 말을 했어요. “시장도 없는데 뭐 하러 상품을 만듭니까. 앞으로 <출판저널>은 독서운동 하는 데 중요한 매체가  될 겁니다.” 또 기초체력만 쌓게  출판계가 도와달라는 부탁도 했어요. 1,000개 출판사가 2부씩만 정기구독을 해주면 좋겠다고요. 출판사도 안 보는 잡지라면 독자가 보겠어요. 그렇게 도와주면 기초체력을 쌓을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만 되면 자신 있게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벌써 우리가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까 그룹별로 신청이 들어오고 있어요. 아직 출판인회의도 접촉을 안했고 출협에도 정식으로  요청을 안 했는데. 모두 <출판저널>을 살리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이런 열정인데 무슨 일이든 안 되겠습니까.
―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어요. 어제도 출판사 대표들을 몇 분 만났는데 다들 도와주겠다고 하세요. 그러면서  “정윤희 기자 제발 출판인이  보는 잡지가 아니라 독자가 만드는 잡지를 만들어줘”라는 부탁도 하세요. 독자가  보고 책을 사야 출판사가 살지 내부에서만 보는 잡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전문성과 대중성, 양날의 검
― 대표님은 방송 기자 생활을 오래 하셨잖아요. 때문에  언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 지금 계획하고 계신, 대중과 친숙한  잡지와 그간 <출판저널>이 갖고온 다소  무겁고 전문적인 색채는 괴리감이 있지 않나요. 그 간격을 어떻게 좁혀 나갈 생각이세요?
― 일단 책에 대한 정보를 담은 글, 서평을 재미있게 쓸 겁니다. 쉽고 재미있게  써야 독자가 책과 가까워질 수 있어요. 그 서평을 읽음으로써 책을 찾게 해야죠.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는 거죠. 표지모델도 유명인사만이 아닌 거창에 사는 문맹을 깨우친 할머니의 사연 같은 친숙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으려고 해요. 책을 좋아하게  하고, 책의 가치를 알게 하는 콘텐츠로 꾸려갈 거예요. 예컨대, 고택 탐방이나 문학 배경지를 찾는 기행 같은 풍성한 콘텐츠를 실을 겁니다.

― 그러다 보면, 출판의 주요한 쟁점을 다루는 기능이 약해지지 않을까요. <출판저널>이 출판계의 <시사in>이 될 순 없지만, 담당해야 할 몫이 있지 않습니까?
― 물론 그런 점을 간과하진 않을 겁니다.  당연히 다뤄야죠. 도서정가제나 출판불황, 독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진정성 있게 다룰 겁니다.  하지만 무겁게 쓰진 않을 거예요. 출판계 내에서만 공유되는 글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독자가, 세상이 함께 관심을 가져야 답이 나오죠.  지금까지처럼 내부적으로만 읽히는 책은  만들지 않겠다는 거죠.
― 부연설명을 드리면, 그간 <출판저널>의 콘텐츠는 너무  문학과 인문 쪽 서평으로 기울어졌었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인터뷰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졌다는 거죠. 앞으론 외연을 넓혀서 어린이책, 비소설 같은 다양한 책을 다룰 거예요. 출판계와 무관한 독자들도 접할 수 있게,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출판문화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해요. 대중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출판계  내부 문제에까지 눈을 돌리게 해야 제 몫을 다할 수 있을 거예요.
― 나중엔 인기인의 팬클럽도 활용해볼 생각이에요. 책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청소년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인기인이 읽는 책,  그들이 말하는 독서의 중요성이라면 좀더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겁니다. 부모나  선생님이 말하는 것보다 빨리 흡수될 거구요. 발상만 전환하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 온라인 플랫폼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 계획을 갖고 있어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운영할 때는 작은 방밖에 없었는데,  포털화할 생각이에요. 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사이트를 계획 중입니다.  출판계 소식은 물론, 공모전 정보, 신간 정보, 작가 인터뷰 같은 풍성한 콘텐츠를 담으려고 해요. 복간하는 12월 전에 만들 생각입니다.

배포처 늘리고, 오프라인서점 살려야
― 발행부수는 어느 정도 되나요?
― 처음엔 1만에서 1만 5,000부. 나중엔 더 늘려갈 겁니다.

― 전의 네 배 정도 되는 분량이네요, 배포처는 어떻게 늘려갈 생각이세요?
― 각급학교, 지자체, 도서관,  은행, 병의원, 미용실 같은 대중적인  장소까지 책을 넣을 생각이에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배포처로 삼을 거예요. 관광장소로 뜨고 있는  고택 같은 장소도 좋죠. 사람들이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곳에 책과 관련한 읽을거리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 역할을 <출판저널>이 하는 겁니다.
1만 부는 상징성이고, 그 이상을 찍어야 해요. 지금 배포처를 조사하고 있는데 가능할 것 같아요. 책만 보내는 게 아니라 왜 <출판저널>을 읽어야  하는지 우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 보내려고 해요. 그러면 한 명 두  명 독자가 늘지 않겠어요. 전문가, 출판인,  유명인사가 읽는 잡지가 아니라 서민, 일반 독자가 읽는 잡지가 될 겁니다.

― 지금까지 해온 독서운동을 잡지로 하겠다는 결심 같습니다. 전국 곳곳에 스며든 도서관처럼 <출판저널>을 알리겠다는.
― 그렇죠. 맞아요. 절대 새로운 일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해온 일의 연장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도서관은 가장 작은 행정단위에 만들어집니다. 산간벽지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는 일이에요. 책을 읽지 못한 아이들은 꿈을 가질 수가 없어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꿈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도 생기죠. 그걸 주는 게 바로 책이에요. 그 이야기를 담은 잡지를 만들어 전국 곳곳에 넣을 겁니다. 그간 우리가 도서관을 만들어준 지자체만도 몇 개에요.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지금은 초등학교에 마을  도서관을 만들어주고 있는데, 벌써 지역  네트워킹이 상당히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강원도를 예로 들면 강원도지사,  강원교육감, <강원일보> 사장, NHN 대표 그리고 나 이렇게 협력해서 지역 네트워킹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밤 10시까지 학교 도서관을 운영하고, 지자체에서는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고, 지역 신문은 홍보를 하고 이렇게 일을 분담해서 도서관 운동을 합니다.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전부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1년에 70개 도서관을 시, 군에 만들어주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런 현장에 가서 끊임없이 <출판저널>을 이야기한다는 거죠.

책을 몰랐던 사람이 책을 좋아하게 되고, 책이 삶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걸 알게 될 수만 있다면 저는 어떤 일이라도 할 겁니다. 그래야 출판사도 살고요. 출판인의 입장에서  독서운동을 하는 매체가 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오프라인서점에 대한 계획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들려주시죠.
― 오프라인서점에 대한 제  생각은 명확합니다. 오프라인서점이 사라졌기  때문에 책이 죽어가는 거예요. 오프라인서점을 살리지 않고 출판을 살린다, 책을 읽히겠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죠. 도서관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오프라인서점입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프라인서점에 대한 추억이 있어요. 그 서점들이 다  훌륭한 인재를 만들고 독서광을 만든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편리성만 추구하다 보니 오프라인서점이 설 곳이 없어요. 서점은 지역의 중요한 문화매개체입니다. 서점부터 살려야 책 읽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어요.
오프라인서점의 회생 문제는 출판계의 가장 큰 현안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출판저널>은 오프라인서점의 목소리를 많이 담을 거예요. 또 오프라인서점에  <출판저널>을 많이 비치할 생각입니다.

“결단은 희생을 동반, 희생이 크면 대가도 크죠”
―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선물해주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라는 글을 읽었어요. 직접 쓰신 에세이에 대한 리뷰였어요. 대표님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고민 대신 책 읽는 국민이라는 평생의 과제와 씨름하시는 것 같습니다.
― 내 개인적인 삶의 영위에 대한 생각은 안 해요. 독서운동이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생각밖에 없어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한 가지 방법, 책읽기  뿐인데 왜 안 읽을까 그 생각뿐이에요. 인류에 대한 제 소망은 한 사람이라도 더 책을 읽게끔 해야 한다는 거예요. 책만이 의식의 선진을 일굴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책 읽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하는데 우린 그렇질 못했어요. 저라도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늘 그렇지만 결단은 희생을 수반합니다. 희생 없는 결단은 없어요. 그런데 그게 꼭 손해  보는 희생만은 아니에요. 희생이 크면 클수록 대가도 크죠.  전 그렇게 생각해요. 옳은 일이라면 생명까지 바쳐야 한다고요. 내 삶이 천년만년 계속되는 것도  아닌데 이 일에 최선을 다해야죠.

― <출판저널>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 일단 가장 중요한 건 경영적 측면에서 만들면 안 된다는 겁니다. 언론인의  입장에서, 독서운동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만들어야 해요. 독자의 알  권리를 채워주다 보면 콘텐츠의 눈높이도 대중의 수준에 맞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경영적인 측면을 포기한다는 건 아니지만 순서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상업주의적 마인드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요즘 출판시장을 보면서 너무 상업주의에  물들어 있다는 생각을 해요.  화려한 양장, 띠지, 이벤트, 경품. 꼭 그래야만 사람들이 책을 산다는 상업주의적 마인드가 책 시장을  망쳐놓고 있어요. 화려한 외형이 왜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는가, 어떤 진정성을 담고 있는 책인가가 중요한데 지금 시장은 완전히 그 반대로 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신간을 보면 대부분이 트렌드를 쫓는 기획물인 데다  재테크나 자기계발서 외에는 눈에 띄는 책을 찾기가 힘들어요. 물론 그 중에서도 좋은 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죠. 하지만  상업성을 쫓는 책이 너무 많다 보니 신간이 나왔다고 해도 독자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측면이 많아요. 또 그런 유의 책이야? 라는 시선이 많고.

잡지 역시 스스로의 방향을 명확히 세우고 가지 않는다면 상업적인 측면을 강조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생명력을 잃는 겁니다. 우리가 독자에게 친숙한 내용을  담겠다는 건 상업적인 콘텐츠만 다루겠다는 게 아니라 눈높이를 낮추겠다는 거예요. 서울시민의 36%가 1년에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건 틀린 통계예요.
설문에 응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줄잡아 70%는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어쩌다 읽어도 대부분 재테크, 실용서적이구요.  <출판저널>은 이렇게 책이 안 읽히는 불모지에서 책의 소중한 가치를 전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겁니다. 그 일에 전부를 걸고 뛸 겁니다.

김 대표의 삶은 불행했다. 에세이 『내 생애 단 한 번의 약속』에서도 밝혔듯, 꽃 같은 나이의 7살 어린 아들을 화재로  잃는 비극을 겪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모의 급작스런 죽음, 아내와의 이별 등 고통스런 삶의 질곡을 건너왔다.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사주고 싶었던 책을 산간벽지 어린이들에게 나눠주는 그의 삶은 속죄의 연속이다. 그가 심는 책 나무는 문화혜택을 받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열매를 낳고 있다. 그가  바라는 대가는 오직 하나, 독서다. 고사리 손으로 써낸 아이들의 편지에 굵은  눈물을 떨어뜨리는 덩치 큰 사내.

문맹을 깨치기 위해 책을 찾았다는  칠순 노인의 손을 잡으며 심장이  뛰는 산타클로스. 김 대표의 삶은 큰 아파트와 부동산, 자동차 따위가 대신할 수 없는 희생의 기쁨으로 채워진다. <출판저널>이 감내해야 하는 희생 또한 온전히 그의 몫이다.  또 하나의 희생을 등에 업은 셈이다. 그럼에도 그는 씩씩하다. 책의  가치를 알리는 일이기에, 삶  전체를 바쳐도 아깝지 않은 일이기에 다시, 도전한다. 루쉰魯迅의  말처럼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

- 기획회의 <23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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