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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날짜 10월25일 토요일

공연시간 저녁8시

공연장소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

피아니스트 박은희 귀국 피아노 독주회에 다녀오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피아노 학원을 찾았다. 우연히 접하게 된 피아노에 나는 기대이상의 관심을 보였다. 급속도로 진보된 나의 학습능력은 체르니를 넘어 바하까지 도달하는 실력을 보여 주변으로부터 대단한 기대를 모았으나, 연주회에 한번 나가 상을 탄 것 외에는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거실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피아노를 바라볼 때 마다, 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나 바쁜 삶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내가 끌리는 음악가는 바하와 하이든이다. 오랜시간 빠져나오지 못한 바하의 숲에서 하이든까지. 나는 클래식이야 말로 독서에 도움을 주는 가장 좋은 음악임을 굳게 믿어왔다. 음악을 좋아하는 민선언니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저녁8시 공연 10분 전 공연장에 도착한 나는 바삐 표를 교환 해 착석했다. 검은드레스 차림의 피아니스트가 등장하자, 관객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작은 리사이틀홀이었으나 공연에 대한 집중도는 남달랐다.

첫 곡은 기대하지 못했던 하이든! 소나타와 론도로 이루어진 하이든의 경쾌한 리듬감이 나를 들뜨게했다. 검은드레스를 입은 박은희는 온 열정을 다해 건반을 쓰다듬었는데 그 손놀림에서 깊은 힘이 느껴졌다. 오프닝 하이든이 끝나자, 이번 공연에서 나를 매료시킨 라벨이 흘러나왔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 좀처럼 접해보지 못한 라벨의 선율은 황홀했다. 박은희의 건반은 춤을 추듯 움직였고, 물방울처럼 똑똑 떨어졌다. 건반위로 드러눕듯 흐르던 피아니스트의 손은 하늘 위로 치솟았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절묘한 움직임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다. 라벨의 음악은 좋아하는 드뷔시를 연상케 했다. 헤드폰으로 흘러나오는 라벨의 음율. 그리고 초원위의 햇살을 떠올렸다.

이어진 메시앙 그리고 인터미션 후엔 슈베르트의 곡이 연주되었다. 중기 소나타인 Sonate D-Dus D.850이 연주되었는데, 3악장의 스케르쪼 형식에선 스타카토와 붓점의 리듬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2시간여에 걸쳐 펼쳐진 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는 무표정한 미소로 더도 덜하지도 않은 진정성을 전해줬다. 팜플렛에 써있던 말처럼 피아니스트 박은희.

그녀는 평소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 아닐까. 꽤 내성적인 사람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대신, 그녀에게 온 피아노. 그것을 통해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토해내는 열정적 연주는 청중에게 단비처럼 뿌려졌다. 그녀의 성공적인 귀국 독주회를 보며 전문가로 산다는 것에 대한 사색을 즐겨봤다.

한 무대를 올곧이 누린다는 것. 한 곡을 온전히 연주해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음악가의 생애와 그것이 머물렀던 시대와 지금을 사는 청중을 연결짓는 다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 다리위를 걷는 축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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