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서평의기술

나는 왜 서평을 쓰는가?

숭학당 2008. 9. 16. 00:45

“여러분은 왜 서평을 쓰세요?”


어느 강의에서 받은 질문이다. 40대 쯤 되 보이는 한 남자 분이 손을 번쩍 들더니 이렇게 물었다. 급작스런 질문에 참석자들은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후, 많은 강의를 통해 답을 구해 봤다. 나 역시 궁금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대 다수의 사람들은 “읽은 것을 정리하고 싶어서” “읽은 느낌을 남기고 싶어서” 라는 이유를 꼽았다.


“나는 왜 서평을 쓰는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한 질문이다. 물론, “서평단 활동을 하고 싶어서”라는 단순한 계기로 글쓰기를 시작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글 쓰는 횟수가 늘수록 이에 대한 자문은 생기기 마련이다. 자신의 글쓰기의 목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늘어가기 때문이다.


어떤 장르의 글이라도 ‘목적’이 분명해야 핵심이 분명해진다. 글쓰기의 재미 또한 늘어난다. 간절히 원해서가 아닌, 의무감 때문에 쓰는 글이라면 지루함을 넘어 부담으로까지 느껴질 수 있다. 이때 분명히 해야 할 것이 바로 글쓰기의 목적이다.


글쓰기에도 ‘동기부여’라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 종일 한 줄도 쓰지 못한 날, 맴맴 도는 생각을 정리 못해 괴로운 날 우리는 종종 “글쓰기의 신이여 저에게 제발!”이라며 울부짖는다.


“머릿속에 있는 이 생각, 누가 컴퓨터에 옮겨줬으면...” 등등의 공상과학(?)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모두 분명한 ‘동기부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출판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쓰는 서평이 아닌, 목적이 있는 글이라면 속도도 빨라지고 성격도 분명해진다. 다음은 분야별 책읽기에 따른 서평의 목적을 정리한 표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서평이 어느 분야에 해당 되는지 한번 점검해 보자.



  도서 분야                서평의 목적
   문학  문학 비평 
 감정의 교류(저자 or 독자) 
 치유의 글쓰기(감정 정화) 
   인문  지식의 통섭(Consilience) 
 학습의 욕구 
 교양을 위한 독서 
   경제경영  자기 경쟁력 (자기계발) 
 조직 활성화 
 업무 활용 
   실용  취미 
 취향의 교류(독자) 
   어린이  자녀 지도 
 지식 교류(학부모, 교사) 
 자기계발 

 

“필 꽂히는 대로 쓰면 되지 무슨 목적이야!” 라며 투덜거리는 독자도 있을 터. 물론, 가슴이 원하는 대로 그야말로 마음 가는 대로 쓰는 글이 가장 진솔한 글, 좋은 글이다. 형식에 얽매이다 보면 글쓰기가 더욱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쓰는 글이 ‘서평’이라면 조금 다르다. 앞의 칼럼에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책에 대한 정보 + 평가를 고르게 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은 전부 빠진 채, 마음 가는 대로 ‘느낌’만 가득 채웠다면 서평이라고 할 수 없다. 서평의 또 다른 정의를 “책과 만나는 길을 터주는 글”이라고 한다면 위의 표는 충실한 가이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지금 내가 쓰는 서평이 어떤 분야에 속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점을 부각시켜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서평을 읽는 독자 층 또한 도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 예컨대, 어린이 도서 서평이라면 학부모나 교사를 위한 선택의 기준 즉, 적합한 연령 또는 다른 책과의 차별점 등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 


처음엔 이런 고려 요소들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서평이 전보다 훨씬 “알차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책과 만나는 길을 터주는” 서평의 기능을 갖춰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 등을 쓴 일본의 대표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는 서평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내가 서평을 통해 알고 싶은 것은 오로지 그 책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정보이다. 등급을 표시하는 것으로써 서평을 대신한다면 그보다 좋은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까지 생각한 적이 있다. 서평을 하는 사람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참고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평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할은 <서점 앞쪽 판매대에서 책을 펼쳐 들게 되는 계기를 만드는 일이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밝힌 내용으로 매우 공감 가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일주일에만 수 백 권의 신간이 분야별로 쏟아져 나온다. 과연 그 책 중 어떤 것을 골라 읽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될까 고민하는 독자에게 서평이란 빠른 길을 내주는 내비게이션이다. 자신이 쓴 서평 한 편이, 한 사람과 한 책의 인연을 맺게 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내일의 서평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TAG
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bookple.com BlogIcon 아디오스(adios) 타인의 서평을 읽고 책을 고르기가 점점더 힘들어집니다.... 2008.10.06 22:20 신고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iklo.egloos.com BlogIcon 스팟 자신을 위해 씁니다. 서평을 남기지 않은 책은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지만, 읽으면서 느꼈던 것을 정리한 책은 내용 전체를 모르더라도 당시 기억을 되짚을 수 있는 실마리가 됩니다. 2008.10.17 09:48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maehok.tistory.com BlogIcon 숭학당 그렇죠. 읽은 것과 그것을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다르듯, 정리하지 않으면 내 것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 그래서 읽으면서 책장 귀퉁이를 접어서 다음에 보더라도 쉽게 다시 환기시키려 합니다. 그런데, 장석주 선생님 같은 경우는 책 읽으면서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하면 그 내용이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되지 않는다구요. 엄청난 독서광이라서 가능한 일이겠지요. 또 실용독서보다는 문학 독서를 하시니까 그런 것 같구요. 일반인들은 그만큼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니까 말이죠. ^^ 2008.10.17 11:15 신고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