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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vs책

[책vs책] 법으로 세상읽기

숭학당 2008. 5. 27. 09:09



법은 일반인에게 낯설기만 하다. 그 이유는 전문적인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위해 법의 문턱을 낮추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 두 법학 전공자들이 말하는 ‘법과 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 보자.

한 사람은 현직 검사로 그 법의 문턱을 낮추고자 한 일간지에 칼럼을 썼다가 결국 좌천돼 변호사로 새 길을 걸어가는 금태섭 변호사. 다른 한 사람은 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인한 구속되었다가 지금은 참여연대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의 시민, 인권운동으로 법정신의 실현에 앞장서고 있는 서울대 법대 조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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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디케의 눈>(궁리. 2008). 이 책은 18편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일반 국민들을 비롯하여 약자와 소수를 위한 법체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는 자칫 딱딱하고 차갑게 여길 수 있는 법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례들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책은 LA우범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중, 물건값을 계산하지 않고 나가려던 한 흑인소녀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총을 쏴 죽여 처벌을 받았던 두순자 여인의 사건에서 “왜 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이야기한다.

저자가 미국 로스쿨에서 공부하던 당시, 이 사건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으나, 이후 위 상황이 녹화된 CCTV 화면을 보고는 모두들 충격을 받았다.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재구성되는 사건의 모습과 실제로 벌어진 일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직접 목격하지 못한 사건에 대해 생각하라고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인지 실감나게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만든 영화 <라쇼몽>을 연상시킨다. 살인사건과 관련한 세 당사자의 주장이 모두 다른데, 결국 목격자인 나무꾼이 증언을 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객관적인 진실일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어떤 것이 과연 진실인지를 우리에게 묻는다.


법은 때때로 비정해보이고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지배층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하거나 지극히 불공정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살펴보면 그 밑바탕에는 한 번쯤은 깊이 생각해볼만한 정교한 논리가 깔려 있는 때가 많다. 설혹 지금 당장의 결론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법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고, 대부분의 경우 그 변화는 보다 나아지는 쪽으로 이루어져 왔다.

한 사람의 법률가로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많은 사람이 법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 법이란 보다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고, 그 도구를 잘 사용하는 것은 그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식과 애정을 갖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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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성찰하는 진보>(지성사. 2008). 이 책은 삶의 기초까지 흔들리는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순간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삶을 위해 진보는 무엇을 성찰하고 꿈꾸어야 하는지를 자문하고 있다.


우리의 피눈물을 닦아 주었던 진보의 열정과 희망은 지금 어디를 표류하고 있는지, 또한 성장제일, 효율만능을 외치는 우리 사회는 지금 진보의 ‘과잉’ 때문인지 아니면 진보의 ‘과소’ 때문인지를 되묻고 있다.


조국 교수는 이 책을 통해서 정치, 경제, 인권, 법률, 교육 등 사회 각 분야의 현주소와 그 개혁을 위한 근본적 해결안은 무엇인지, 우리 시대 지식인의 통렬한 자기반성과 발전적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후반에는 조국 교수가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진정한 학자가 되고자 노력하던 이야기, 후배인 고 박종철에게 자신의 책을 헌정한 사연 등 그의 삶 속에서 민주와 인권, 고백과 성찰을 담은 에세이가 함께 실려 있다.



우리 사회에서 판사와 검사는 강력한 권력자인데, 이들 중 일부는 정권이나 재벌과 유착되어 우리 사회의 법질서를 어지럽히기도 한다. 그가 생각하는 사법개혁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들어보자. 법학자인 저자는 우선 법률가의 윤리의식을 질타하고 있다. 재벌의 ‘장학생’이 되어 이들의 도피처가 되거나 죽은 권력을 무는 ‘하이에나’는 아닌지 묻고 있다.


또 권력형 비리가 난무하는 한국에서는 특별검사제의 정형화와 상설화가 반드시 필요하며, 시민참여 재판이 재판의 투명성을 높이고 권위주의 문화를 불식시킬 것으로 진단한다.


아직도 한국사회는 인맥과 권력을 바탕으로 ‘법률적 불법’이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통해 법치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면서, 모두가 법률의 정당성이 지켜지는지 항상 주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신기수 책전문기자 movie@popz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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