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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 이야기 하는 것들

감독 변승욱

주연 한석규, 김지수, 이한위

개봉 2006


"연애는 자유지만, 결혼은 특권이다"


영화를 보고 막연하게 이런 말이 떠올렸다. 누구나 사랑을 하지만, 모두가 결혼하는 것은 아니며 모두가 사랑에 빠지지만 전부 결혼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마음이, 몸이 끌리는 상대에게 감히, "결혼하자"는 말을 입밖에 꺼내지 못하는 그들의 답답함이 슬픔으로 다가왔다. "결혼은 사치"라는 생각에 묶여 제자리에서 단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두 남녀. 그들에게 삶이란 끝없이 헤쳐나가야 하는것, 혹은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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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안, 슬픔과 고통은 시기만 다를 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닥친다. 그것이 미치도록 사랑하는, 죽도록 결혼하고 싶은 상대와의 사이에 놓인 것일 때 그 고통을 배가 된다. "요즘 결혼하려면 얼마나 든대?" 동생의 결혼을 핑계 삼아 이런 질문을 '뚝' 떨구는 그녀의 건조한 목소리에서 오래 입은 소맷자락의 닳은 천 마디가 떠올랐다. 실밥과 옷먼지 가득한 창고 안에서 살려고 발버둥 치는 그녀, 그래도 질기게 변하지 않는 삶. 살아 있기에 짊어지고 나가야 할 십자가는 생각처럼 만만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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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다. 죽지 못해 사는 삶이, 어떻게든 살고 싶은 삶으로 바뀌는 데 "사랑"보다 더 큰 특효약이 어디 있을까. 두 남녀가 끝내 "결혼하자"는 말을 꺼내지 못한 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용기"가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남자가 진 십자가는 병든 형이고, 여자가 진 십자가는 수억의 빚이다. 그래도, 그들이 각자 그 짐을 더는 것보다는 함께, 더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아내는 힘들지만 사랑하는 남편의 형을 돌볼 것이고, 남편은 빠듯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빚을 덜어질 것이다. "상황 때문에 결혼하지 못해"라는 말은 달리 풀이하자면 "아직 결혼할 마음이 없어" 혹은 "너랑은 결혼할 마음이 없어"라는 뜻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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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자리에 올곧게 핀다. 지상의 모든 사랑은 그런 불굴의 힘에서 솟아났고, 난관의 벽을 뚫어가며 더욱 단단해진 꽃봉오리다. 사랑한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그 사람이 나의 짐을 비난하고, 흉볼 것이라 생각하는 소심함은 스스로를 옥죄는 사슬이고, 사랑을 병들게 하는 독이다.

"나는 가난합니다. 우리집은 빚이 있어요. 나는 많이 똑똑하지 못하고 그리 예쁘거나 멋있지도 않아요. 몸이 건강하지도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런 내가, 나는 부끄럽지 않아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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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인정하고, 용기를 낼 때 이루어진다. 도와줄 수 있을 때, 보듬어 줄 수 있을 때, 혼자가 아니라 둘이면 뭐든 각오할 수 있다는 자신과 용기가 있을 때 사랑은 건강히 자랄 수 있다.


두 사람이 그런 용기를 낼 수 있게 되기를, 그래서 누구든 "우리 결혼해요"라는 마음 속 열절한 소망을 말할 수 있게 되기를.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그런 소망을 빌어봤다.


 -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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