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리다

감독 줄리 테이머

개봉일 2002,미국,캐나다


엘리어트 골덴탈의 음악만으로도 만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영화 "프리다"는 페드로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와 함께 2002년에 나온 가장 "아름다운"영화이다. 회화와 음악이 절묘하게 만나는 순간들이 명주실처럼 끊이지 않고 엮이는 이 감격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나는 아직도 막막하다. 전기 영화라는 점을 모두 잊고서, 프리다칼로가 실존인물이었다는 점을 모두 잊고서, 이 영화를 본 다해도 당신은 이 영화를 영화자체로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영화 "프리다"는 작품자체의 역량이 매우 뛰어난 영화이다. 당신이 이 영화를 보면서, 혹은 프리다칼로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면서 극심한 혼란을 일으킬 필요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저 한 개인의 지나간 삶의 자욱들을 "구경"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 "구경"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우리는 그 과정을 반드시 "비디오나 컴퓨터"가 아닌 "극장 스크린"에서 확인해야 한다. 그 방법이 정확히 옳다. 만약, 당신이 엘리어트골덴탈의 음악을 VTR 스피커나, 컴퓨터스피커로 듣는다면, 영화음악이 담아내고 있는 진짜, 진실의 1/3도 채 알아채지 못할 것이며, 로드리고 프리에토가(그는 스파이크리의 25시, 그리고 커티스핸슨의 8마일, 그리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아모레스페레스등에서 숨 막히는 장면들을 탄생시켜왔다.) 만들어내는 이 아름다운 영상의 "슬픔"을 절반도 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프리다칼로의 실제 삶을 재구성한 전기 영화라는 사실을 떠나, 작품자체의 "역량"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는 뜻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프닝과 전반부에서, 침대위에 누워있던 프리다가 측면의 얼굴상태에서 여고생의 모습으로 변하는 장면, 프리다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끔찍한 차사고 장면, 티나모도티(애슐리져드)와 춤을 추는 매혹적인 장면, 디에고의 벽화를 조명하는 장면, 조각난 자신의 아이를 그려내는 장면 등은 이영화가, 천재화가 프리다칼로의 작품못지 않게 끔찍한 아름다움의 서광을 비춰내고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감독 줄리테이모어는 프리다칼로의 전기중에서도 특히, 헤이든 헤레라의 원작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으면서도, 전기 영화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판타지"를 매끄럽게 그려내고 있다.


그것은, 보통의 전기 영화들이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하곤 하는 "내레이션" 일체를 거부한 일종의 반란이다.




줄리테이모어 감독은 프리다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명하는 보통의 방법 대신에, 그녀의 작품과 디에고의 작품을 의인화 하는 특별한 방법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스스로 머리를 자른 후 의자에 처연하게 앉아있는 프리다가, 회화 안으로 들어가 그림의 일부분으로 순식간에 변하는 장면이라던지,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죽어버린 아이를 그려낸 장면 등이 그러한데, 감독은 이렇게, 작품을 통하여 프리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오히려, 그 느낌이 어떠한 내레이션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전달되는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영화 [프리다]는 프리다의 작품 활동과 창작의 고통을 다루는 이면에 주목하기보다는 디에고와 프리다의 결혼생활에 주목하는 쪽을 선택한다. 이것역시, 보통의 전기영화와 [프리다]가 다른 점인데, 육체적 고통으로 보통사람의 삶을 살아갈 수 없었던 프리다의 고된 예술세계의 묘사를 확장시켜나가기 보다는, 보통의 부부가 겪는 일상에서 발생되는, 성격적 혹은 가치관적 충돌의 지점을 확장시켜나가는데 주목한다.



디에고의 습관적 바람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정신적인 지조"만큼만 지켜달라고 나직한 목소리로 부탁하는 프리다의 결연한 눈매를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두 번의 결혼전적과 슬하에 여섯 아들을 두었던 디에고와의 결혼을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던 프리다의 선택 앞에서 어머니는 오열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국 한 번의 이혼 끝에 다시 만난, 프리다와 디에고의 사랑과 투쟁을 보며 나는 디에고를 사랑한 프리다를, 사랑했다. 환경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최고의 선택은, 여전히 그것이 자신의 소신에 의한 것이어야 하며, 최고의 배우자야말로, 여전히, 진심이 동요되는 순수한 사랑에 의해 선택된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솔직해진 후에야, 사랑도 창작도 가능한 그 열정과 순수로 가득찬 밑바탕. 프리다칼로의 삶은 그렇기 때문에 매력으로 넘쳐흐른다. 비록, 그녀의 고통의 시작이 타인에 의해 일어난 생각지 못한 교통사고였다해도 그녀는 받아들인다. 누워서 그려내는 그림 속에서 그녀는 다시 걷고 다시 움직인다.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 희망이며, 방법을 찾아내는 진한 결속력인 것이다.


영화 프리다는 셀마헤이엑의 혼신의 연기, 끊어진 사랑의 연결고리들을 매끄럽게 메워 나가는 시나리오의 힘, 줄리테이모감독의 박진감 넘치는 연출, 엘리어트골덴탈의 매혹적 선율, 로드리고 프에리토의 강렬한 영상이 단 한 번도 엇나가지 않고 동시에 운반되는 숨 막히는 2시간의 로맨스다. 프리다칼로의 예술적 경지를 찬양함을 위해서만도 아니오, 디에고의 정신적 결함을 비웃기위함도 아닌, 다만, 사랑한 두 남녀의 균열과 화해의 과정을 밀도 있게 담아낸 아름다운 로맨스일 뿐이다. 그것은 뛰어난 보편성과 함께, 회화적 독창성을 갖는다. 그것이 얼마나 감동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는지. 우리는 반드시 스크린에서 확인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는 누구의 남편도 되지 않아.

최고의 친구이지만 최악의 남편이야.

누구에게도 묶이지 않아.

자신에게만 충실할 뿐이야."



디에고의 전부인이 프리다에게 건넨 이 대사는 프리다의 인격적 위상을 높여준다. 그녀가 양성애자이건 아니건, 디에고가 그녀를 떠났건 아니건, 디에고의 타고난 "기질"을 아무런 "체"에 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프리다가 결코, 불행해보이지만은 않았던 이유가, 열렬히, 누구보다 열렬히,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었던 프리다의 순수한 열정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이 영화를 당신이 반드시 보아야 할 가장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김민영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