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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vs책

영화에서 책을 만나다

숭학당 2008. 3. 24. 18:14

크로스 미디어가 활발하다. 책이 영화화되고, 영화가 책으로 재탄생하는 건 옛말. TV 컨텐츠가 책으로 태어나고, 책이 오디오 북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중에서 영화와 책은 영상매체와 인쇄매체의 대장격이다. 그러다 보니 둘은 고양이와 쥐처럼 서로 상극이었다. 하지만, 행복한 만남을 갖기도 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책은 사건의 복선으로 쓰이기도 하고, 주인공의 취향과 시대적 분위기를 암시하기도 한다. 때로는 주제를 전하는 훌륭한 조연 역할도 한다.

오늘은 영화를 새롭게 보는 방법 두 가지를 제안한다. 책과 정신분석을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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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조제는 언제나 그 책을 읽었다>(웅진지식하우스. 2008)는 영화 속 주인공의 손에 들려 있던 한 권의 책에 주목한다.

영화를 볼 때 어떤 사람은 주인공의 옷차림을 눈여겨보고, 어떤 사람은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또 어떤 사람은 그 배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어떻게 보면 영화 속 책은 인테리어 소품에 불과하지만, 때로는 사건의 복선으로 쓰이기도 하고, 주인공의 취향과 시대적 분위기를 암시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하는 제3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책은 한 권의 책 그 이상의 의미다. 지친 영혼을 위로해주고 아픈 마음을 치유해주는 존재다. 책은 영화와 그 안에 등장하는 책 모두를 친절하게 소개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죄 없이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남자의 탈출 성공기 <쇼생크 탈출>를 꼽을 수 있다. 주인공 앤디와 그의 친구들이 쇼생크의 도서관을 꾸미면서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교육`으로 분류한다는 이 에피소드는 실로 의미심장한 장면이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앤디와 많은 면이 닮은 당테스의 탈옥 내용을 다룬 책이기 때문.


15년 수감생활 만에 특별휴가를 받은 무기수 강식이 아들을 만나러 간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 <아들> 또한 흥미롭다. 영화에 등장하는 ‘데’자가 희미해진 <데미안> 역시 아들에게 못 전한 아버지의 미안한 마음을 대변해주는 장치다.

책은 영화 <콜드마운틴>의 두 여인이 <폭풍의 언덕>을 읽으면서 고단한 삶을 다독였듯, 우리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한 권의 책임을 이야기 한다.

더불어 영화 속 명장면의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일러스트까지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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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책은 <프로이트와 영화를 본다면>(북갤러리. 2008).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영화 속 인물들의 행위에 숨어있는 수수께끼들을 심리학과 정신의학의 잣대로 풀어낸 책이다. 새로운 관점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영화 속 등장인물과 영화의 줄거리를 빌려서, 우리 마음은 도대체 무엇이며, 왜 우리는 그런 생각을 했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언급한다.

책은 `영화 속 인물들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며, 영화 줄거리는 우리의 인생사와 전혀 다르지 않다` 하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영화를 통해 우리가 숨기고 싶었던 우리 내면의 비밀스런 부분들을 조심스레 들춰본다. 이어 그런 어두운 부분이 결코 부끄럽거나 숨길 필요가 없는 인간의 자연스런 마음의 현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레옹>의 주인공 킬러 레옹은 모성성을 극복하지 못한 `몸만 커버린 소년`이다. 그가 자신의 분신같이 가지고 다니는 화초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화분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약하고 어린 화초에 불과하다.

한국영화에 대한 예도 나온다. 바로 <해바라기>다. 저자는 <해바라기>와 <소년은 울지 않는다>를 비교하며 남자들이 집안과 사회에서 얻는 작은 권력에 얼마나 연연해하는지를 보여준다. 그 권력을 잡기 위해 겪어야 하는 남자들의 우울함은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남자들이 많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회야말로 가장 자유롭고 편견이 적은 사회의 척도”라는 대목 또한 인상적이다.


두 책은 영화를 볼 때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독자 스스로 영화 속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며 능동적인 관객이 되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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