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뜨악!”

설레는 소개팅. 상대방의 첫 인상이 기대이하라면 대개, 기겁 한다. 첫인상에 외모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 대화의 태도 모든 것이 고려된다. 외모+매너+취향까지 ‘척척’ 맞는다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허나, 첫인상이 안 좋은 경우 두 번은 커녕 마주보고 있는 한 시간 조차 고역이다. “이 사람 더 알고 싶어지는 걸” 하는 마음 따위는 결코, 들지 않는다. 연애는 물론 면접, 협상에 이르기까지 첫 인상은 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키(key)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도입부 즉, 첫 단락에서 매력이 느껴지지 않으면 안 읽힐 가능성이 높다. “그저 그런 글이군!” 하고 넘어가기 십상이다. 인터넷의 보급 덕에 읽을거리가 넘치는 데다, 글 잘 쓰는 블로거가 늘고 있는 상황이니 독자로서는 선택의 기회가 넓어지고 있는 셈. 따라서, 내가 쓴 글이 클릭 될 확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제목과 첫 단락에 공을 들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독성 때문이다. 첫 단락부터 안 읽히는 글, 식상한 글이라면 끝까지 읽힐 확률은 거의 없다. 독자는 그만큼 인내심이 강하지 않다! 새벽까지 땀 흘리며 쓴 서평이 클릭률도 없고 덧글도 없다면 기운 빠지게 마련. 아무도 격려해주지 않는 글, 반응 없는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글쓰는 이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쓸 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소설처럼 기-승-전-결 식으로 강도를 높여가겠다는 결심은 금물. 가장 재미있는 내용, 흥미로운 소재, 도발적인 화두를 첫 단락에 넣는 것이 좋다.

미국의 유명 카피라이터 조셉 슈거맨은 그의 저서 <첫 문장에 반하게 하라>(북스넛)을 통해 효과적인 카피라이팅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한다.

첫 문장의 유일한 목적은 두 번째 문장을 읽게 하는 것이다” (본문)

기억해 두면 좋을 문구다. 이어지는 ‘미끄럼틀 효과’에서 그의 주장은 더욱 구체화 된다.

미끄럼틀을 상상해보자. 일단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가속이 붙어 멈춰보려 해도 잘 멈춰지지 않는다. 히트상품을 만들려면 마케팅 카피도 이렇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헤드라인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 이어지는 서브 헤드라인도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첫 문장이 읽기 쉽고 흥미로우면 지체 없이 두 번째 문장 또한 읽힐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식으로 마지막까지 연쇄작용이 일어날 때 클릭률도 높아진다.

포털 다음의 블로거 뉴스로 올라오는 파워 블로거들의 글을 분석해 보면 미끄럼틀 효과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문장, 첫 단락에서 독자의 눈을 잡아끌고 다음 단락을 읽고 싶게 만드는 연쇄작용을 발휘하는 글이 많다.

서평 쓰기라고 예외는 아니다. 조셉 슈거맨의 미끄럼틀 효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해 보면 보다 잘 읽히는 서평을 쓸 수 있다.

다음 두 사례를 비교해보자.

A. 첫날밤을 앞둔 남녀는 고민에 빠져있다. 남자는 첫 섹스에서 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할 까봐 걱정한다. 여자의 고민은 그보다 무겁다. 어린 시절 겪은 안 좋은 경험으로 섹스 자체를 혐오한다. 둘은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다.

B.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자이기도 한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의 최신작 '체실 비치에서'(On Chesil Beach.문학동네 펴냄)가 번역, 출간됐다.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던 이 소설의 줄거리는 무척이나 단순하다.

같은 책을 소개 한 두 기사의 첫 단락이다. 같은 책 이언 매큐언의 소설 <체실 비치에서>을 다루고 있지만 소개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대부분의 책 기사, 서평, 독후감은 B의 형태를 따른다. ‘소설가 000씨의 신작 000가 출간 되었다. 00년 만에 발표한 작품으로 000대를 시대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런 식이다.

첫 단락을 이렇게 쓸 경우 점층적인 전개 방식을 택하게 된다. 중반 쯤 줄거리를 소개하고 마지막에 느낌을 덧붙이는 형식이다. 제목이나 첫단락에 대한 별 다른 고민 없이 쓸 수 있는 방식이나 매력적인 글쓰기로 보긴 힘들다. 차별점을 찾을 수 없을 뿐 더러 지루하게 전개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얼마나 다르게 쓸 수 있을까”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은 어떤 것일까” 이런 치열한 고민이 따르지 않으면 글은 나아지지 않는다. 수년 간 서평을 써도 처음 쓴 서평이나 오늘 쓴 서평이 별반 다르지 않다면 이런 고민이 부족한 것이다.

이와 달리 글 A의 경우 스토리텔링 식 글쓰기를 시도함으로써 차별 점을 갖는다. 줄거리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빚어 낸 것도 눈에 띄지만, 그것을 첫 단락에 앉혔다는 점이 돋보인다. 과감한 글쓰기 방법이다. <체실비치에서>를 소개한 기사는 여럿 있으나 A와 같은 형식은 거의 없다.

A와 B의 전체적인 완성도에 대한 견해는 다를 수 있다. 허나, 첫단락에 대한 평가는 갈라진다. 강의 시 두 사례를 비교 해 묻곤 하는데 많은 수강생들이 A에 손을 들었다. 대다수가 “호기심이 생기는 데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가독성을 고려한다면 차별화 된 시도가 필요하다.

B처럼 책의 서지정보로 시작하는 습관은 그리 좋지 않다. 게을러 질 수 있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네 편의 서평을 쓴다면, 모두 다른 형식의 첫 단락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편지 형식도 좋고 명사의 말을 인용하는 것도 좋다. 책 속의 감동적인 문구를 꺼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첫 단락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가 반드시 가독성 때문만은 아니다. 탄탄한 구조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힘 있게 시작한 글은 빨리 써질 뿐 아니라 잘 읽힌다. 이제, 첫 단락에 반하는 글쓰기에 도전해보자. 어제와는 다른 서평을 위하여.

- 김민영 -

댓글
댓글쓰기 폼